본문 출애굽기 22장 1-31절
찬송가 50장 ‘내게 있는 모든 것을’

출애굽기는 두 단어로 요약할 수 있습니다. ‘출애굽’과 ‘율법’ 입니다. 출애굽 사건은 이집트의 압제에서 자유를 얻어 언약의 땅으로의 새로운 시작을, 율법은 하나님의 백성 이스라엘이 살아갈 원칙과 윤리강령을 담고 있습니다. 성경에서 출애굽은 대단히 주요한 사건입니다. 율법도 그에 못지않게 중요하지만 많은 오해를 사기도 합니다. 형식을 갖춘 신앙과 신념은 율법주의로 내몰리고, 율법은 배제하고 폐기할 것으로 규정하기도 합니다. 하지만 결론부터 말하면, 율법은 하나님의 깊은 뜻을 담고 있기에 소중합니다. 본문을 통해 율법의 진의와 뜻을 묵상하고자 합니다.

하나님께서 이스라엘 백성에게 율법을 가르치실 때, 전제하신 것이 있습니다. 출애굽기 20장 1, 2절입니다.

“하나님이 이 모든 말씀으로 말씀하여 이르시되 나는 너를 애굽 땅, 종 되었던 집에서 인도하여 낸 네 하나님 여호와니라”

율법을 주신 일차적 이유는 하나님께서 우리 하나님이시기 때문입니다. 다른 말로 관계가 있기에 율법을 주셨다는 말입니다. 관계가 없다면 율법은 불필요합니다. 율법은 하나님과 백성, 백성과 백성사이에 질서를 유지시킵니다. 왜 그러십니까? 우리를 존중하시기에 율법을 주십니다. 그러므로 율법의 핵심은 존중입니다. 하나님은 사람들 사이의 질서도 존중하십니다. 한 사람의 소유권도 인정하시고, 질서가 파괴되거나 침해될 때 적극적으로 변호하고 보호해주십니다. 도둑을 맞거나, 인권이 침해당하는 경우, 철저하게 보상을 하도록 명령하셨습니다. 물리적 충돌로 인해 손해가 발생했을 때, 구체적 배상을 명령합니다. 율법은 한 마리를 도둑질하여 적발 시 종류에 따른 갑절 이상의 배상, 가축이 타인의 경작물에 손해를 입혔을 때의 보상법, 이웃집에 귀중품을 맡겼다가 이웃집이 도둑을 맞았을 경우의 처리법, 한 가정의 딸이 성적으로 유린당했을 때, 여인을 보호하기 위한 장치들에 대해서 구체적으로 서술하고 있습니다.

예수님은 율법을 구체적으로 적용하셨습니다. 예배하러 나온 사람이 형제에게 '라가', 즉 바보라고 하여 한 인격을 모독한 경우, 예배보다 먼저 사람들 사이에 질서, 즉 화해가 우선이라고 말씀하셨습니다. 예수님은 율법의 완성이 곧 사랑, 즉 질서의 회복이라 알려주신 것입니다.

율법은 사람 사이에, 하나님 사이에 질서를 회복하기 위해 존재합니다. 그러기에, 율법은 파기의 대상이 아닙니다. 율법의 정신을 보호하고 가꾸어야 합니다. 성도는 십자가를 통한 자유를 방종으로 착각할 때가 많으나, 십자가는 우리를 향한 하나님의 신성한 질서입니다. 이 시대, 율법의 정신이 필요합니다. 오늘날 사람 사이에 예의와 도덕, 질서가 파괴되어 얼마나 가정과 사회와 국가가 어수선합니까?

율법의 정신, 복음을 따르는 우리가 회복해야 할 일이 무엇입니까? 하나님께 바른 예배를 드리기 위해, 말씀과 기도에 몰입하는 것입니까? 하나님께서는 율법의 범위를 예배에만 한정 짓지 않았습니다. 앞서 보았듯이, 실생활에 일어날 수 있는 충돌과 피해를 조정하고 구체적인 보상을 하나님은 명하셨습니다. 율법은 구체적인 사랑으로 완성됩니다. 사랑은 결코 추상적인 관념이 아닙니다. 사랑은 구체적이기에, 눈으로 보이는 화해와 물질적 보상과 배상이 따릅니다.

본문 18, 19절은 무당과 수간하는 이들을 죽이라고 섬뜩한 명령이 있습니다. 살인마저 사랑으로 수용하기는 쉽지 않습니다. 하지만 율법의 깊은 뜻을 21~23절을 통해 들여다보면, 하나님의 명령을 납득할 수 있습니다.

“너는 이방 나그네를 압제하지 말며 그들을 학대하지 말라 너희도 애굽 땅에서 나그네였음이라 너는 과부나 고아를 해롭게 하지 말라 네가 만일 그들을 해롭게 하므로 그들이 내게 부르짖으면 내가 반드시 그 부르짖음을 들으리라"

나그네, 과부, 고아 모두 사회적 약자입니다. 하나님께서는 이스라엘 백성이 사회적 약자였기에, 너희를 돌본 하나님의 정신, 율법을 통해 약자를 보호하라 명령합니다. 그럼 수간, 즉 동물과 성관계한 사람을 죽이는 이유는 무엇입니까? 그들은 사람에게 피해를 끼치지 않았기에, 개인 취향과 선택을 존중해달라 주장할 것입니다. 하지만 욕정의 대상, 동물의 처지에서 생각해보십시오. 과연, 그 동물은 그 행위를 원하겠습니까? 말 못하는 동물은 피해 대상입니다. 하나님은 창조물, 동물을 욕정의 대상으로 삼는 것을 동물을 향한 하나님의 사랑, 하나님의 질서에 대한 심각한 도전과 파괴행위로 간주하시기에, 이들을 엄중하게 다스리라 명한 것입니다. 연약한 동물들, 항거할 수 없는 자연, 역시 하나님의 돌봄의 대상입니다. 그러므로 성도는 동식물과 자연을 보호하고 돌보아야 할 의무와 책임이 있습니다. 동일 선상에서 무당을 죽이라는 명령도 이해할 수 있습니다. 영적 매개의 역할을 하는 무당은 궁극적으로 무당 본인의 욕망을 채우고자, 하나님 형상으로 창조된 인간의 영혼을 황폐하게 만들어 꼭두각시로 삼습니다. 한 인격을 파괴하고 자신의 욕망을 위한 도구로 사용합니다. 그러기에 하나님은 무당을 반드시 제거 대상으로 삼으셨습니다.

대한민국 사회가 많이 소란합니다. 자신의 욕구를 채우기 위해, 타인을 조정하고 권세를 부리는 사람들이 범람하고 심지어 국가권력까지 손 길을 뻗었습니다. 사회정의는 상실되었고 약자들은 짓밟히고, 끝없는 이기심으로 자연 파괴와 약탈이 곳곳에서 일어나고 있습니다. 어디서부터 실마리를 찾고, 성도는 어떻게 처신해야합니까?

율법과 복음은 하나님과의 관계를 전제합니다. 그러므로 성도는 먼저 자신을 돌아보고 하나님과 바른 관계를 맺는데서 출발해야합니다. 그리고 이 땅의 정의와 바른 질서를 세워가야 합니다. 젖과 꿀이 흐르는 가나안 땅에서 한 손에 농기구와 다른 손에 무기를 쥐고 삶을 이어갔던 이스라엘 민족처럼, 우리 역시 이 땅을 농기구와 무기를 쥐고 경작과 전투를 멈추지 말아야합니다.

어제 499주년 종교개혁 주일을 보냈습니다. 타성에 젖어있던 중세교회에 종교개혁은 믿음과 삶에 새로운 변화를 주었듯이 우리와 이 시대에 개혁이 반드시 필요합니다. 개혁의 첫 단추는 바른 관계와 질서의 회복입니다. 얕은 물가에서 첨벙거리며 율법의 정신과 복음을 논하는 어리석음을 버리고, 베드로처럼 깊은 곳에 노를 저어나가 하나님의 말씀을 의지하여 빈 그물을 내리는 수고를 마다치 마십시다. 약자와 시대를 돌보는 일이 힘겹고 고단할 것이지만, 역사와 시대 속에서 일하시며 짧지 않은 손으로 격려하시는 우리 하나님을 힘입어, 주님의 계획에 동참하는 제자가 되시기를 간절히 축원합니다.

기도
짧지 않은 손을 가지신 하나님 아버지.
율법의 정신이 사랑임을, 하나님과의 바른 관계와 세상과의 바른 질서 회복임을 일깨워주셔서 감사합니다. 얕은 물가에서 머뭇거리며 신앙을 논하는 수준을 벗어나게 해주십시오. 말씀을 의지하여 깊은 물가로 나가 빈 그물을 내리는 수고를 마다치 않도록 도와주십시오.
예배에 앞서 다투고 손해를 입힌 이를 찾아가 사과와 배상을 하는 주님의 제자,
모든 피조물의 평화를 위해 기꺼이 수고하는 주님의 제자,
조국의 혼돈 가운데 종교개혁 정신을 숙고하고 행동하는 주님의 제자로 살아가게 해주십시오.
그리하여 주님의 제자, 우리로 인해 이 땅에 주님의 평화가 임하는 은총을 허락해주십시오.
예수님의 이름으로 기도드립니다. 아멘.

묵상을 돕는 질문
1. 율법의 목적은 무엇입니까?
2. 율법에 대한 예수님은 이해는 어떠한지 다음 본문을 통해 확인하십시오. (마 5:17~24)
3. 율법의 완성은 사랑입니다. 교우님의 하나님에 대한 사랑과 사람과 모든 피조물에 대한 구체적 사랑의 실천방안을 적어보고, 실천하십시다.
4. 499주년 종교개혁을 맞아, 교우님과 이 시대에 필요한 개혁은 무엇이며, 무엇을 풀어갈지 성령님의 도움을 구하고 행동합시다.

(작성: 김우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