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누가복음 1장 1절~25절
찬송가 325장 예수가 함께 계시니

오늘부터 누가복음을 살펴봅니다. 글에는 글쓴이의 인격이 담겨있습니다. 문장과 구성 뿐만 아니라 사건과 상황을 바라보는 시선을 통해 글쓴이의 인격은 글에 투영되기 마련입니다. 누가복음이 마태나 마가나 요한의 복음서와 다른 점이 있다면, 그것은 누가가 가진 인격의 고유성 때문일 것입니다. 누가복음에는 흔히 여자와 아이들 곧 사회적으로 소외된자들의 이야기가 다른 복음서에 비해 많이 실려있습니다. 당대의 상황 속에서 소외되고 약한자들을 눈여겨 보던 누가의 눈길이 그의 글에 고스란히 반영된 것입니다. 또한 알려져있듯 누가는 의사였습니다. 하지만 그는 직업적 의사가 아니라 환자 한 명의 인격과 아픔을 존중하는 의사였습니다. 그것은 그가 어떤 사실과 상황을 받아들이는 섬세한 자세를 통해서 증명됩니다. 그는 그의 책에서 한 사람과 한 사건도 단순하게 처리하지 않습니다. 한 사람과 한 사건이 가진 고유성과 개별성을 미루어 살핌으로, 대상을 보편화하거나 단순화하지 않고자 끊임없이 애씁니다. 이것은 누가가 가진 인격의 독특성 입니다. 그의 복음서가 네개의 복음서 중에서 가장 긴 분량을 가지게 된 것도 이런 이유 때문입니다. 그러기에 누가 복음은 누가의 인격을 통해 증언된 그리스도의 생애라고도 말할 수 있습니다.

누가가 복음서를 쓰며 가장 먼저 선택한 이야기 역시 무척 인상적입니다. 그것은 나이 많은 한 제사장에 대한 이야기였습니다. 자신들이 늙었다고 표현하는 사가랴와 엘리사벳(1:18)이 천사를 만나고 세례요한을 잉태합니다. 그런데 그것은 단지 늙은 제사장 부부가 잉태하는 이야기로 그치지 않고, 마리아가 예수의 수태를 고지 받는 과정에서도 중요한 역할을 합니다. 뿐만아니라 마리아의 잉태후에도 사가랴와 엘리사벳 부부는 외로운 마리아의 삶을 향한 위로자며 지지자가 됩니다. 누가는 세례요한이 잉태되고 탄생하는 과정 자체가 이미, 예수의 길을 예비하는 역할을 하고 있음을 보았던 것입니다. 그러했기에, 다른 어느 복음서에도 나오지 않은 세례요한의 출생 이야기를 예수의 출생이야기와 병렬로 배치하여 누가복음 첫 장을 구성합니다. 다른 복음서에서 세례요한은 어느날 갑자기 광야에서 등장해 주의 길을 예비합니다. 하지만 “근원부터 자세히 미루어 살핀”(1:3) 누가의 복음서에는 세례요한의 수태부터 탄생까지의 여정이 가진 고유한 의미를 장장 80절에 걸쳐 설명하고 있는 것입니다. 작고 소외된 자들과 근원부터 헤아리는 누가의 세심한 인격을 통해서 그리스도 탄생의 중요한 한 부분이 복구되어 우리에게 전해지는 것입니다.

사람을 구성하는 요소가 여럿 있습니다. 출신학교, 직장과 이력, 소유한 재산, 사회적 영향력 등 우리는 이런 요소들이 충족되었을 때 잘 살고 있다고 생각합니다. 이런 부분을 표면적 요소라 한다면, 인간을 구성하는 내면적 요소는 바로 인격입니다. 표면적으로 드러나지는 않지만 한 사람을 대하는 그의 말과 태도에 담겨있는 인격, 삶을 수용하고 살아가는 자세에 담겨있는 인격이 인간을 구성하는 내면적 요소입니다. 우리가 표면적인 간구를 넘어 하나님 앞에서 다듬어지고 성장해야 할 부분이 바로 인격의 측면입니다. 누가가 의사이거나 명성과 재산을 가져서 누가복음이 쓰여진 것이 아니기 때문입니다. 누가복음은 인격의 결과입니다. 한 사람의 내면적이고 고유한 인격을 하나님이 귀히여기시고 당신의 통로로 삼으신 것입니다. 사가랴와 엘리사벳 노부부의 잉태사건도 마찬가지 입니다. 그들이 제사장이어서 그들을 택한 것이 아닙니다. 재산 때문도 아닙니다. 그들의 오래되고 한결같았던 인격 때문입니다. 그들의 인격 안에서라면, 세례요한이 하나님의 뜻에 합당하게 자랄 수 있음을 아셨기에 하나님은 그들에게 잉태의 은총을 주셨던 것입니다. 이처럼 누가복음은 인간의 인격을 통해 하나님이 당신의 뜻을 이 땅에 이루심을 보게합니다. 우리 신앙의 지향점이 표면적 요소를 넘어 인격을 형성해야하는 이유입니다.

<기도>
하나님, 누가의 고유한 인격을 통해서 누가복음이 쓰였습니다. 사가랴와 엘리사벳의 고유한 인격을 통해서 세례요한은 주의 길을 예비하는 자로 자랄 수 있었습니다. 잘 드러나지는 않지만, 사람과 세상을 대하는 말과 행동에 담긴 인격이 하나님의 뜻이 이루어지는 통로가 됨을 봅니다. 주님, 저희들이 보이는 것들을 욕망하느라, 보이지 않는 인격을 소홀이 여기는 우를 범지 않게 해주십시오. 우리의 신앙이 욕망을 성취하는 도구가 아니라, 인격이 자라는 기름진 토양이 되게 하여 주십시오. 기도하며 하루를 시작하오니, 오늘도 하나님의 뜻이 담길 수 있는 인격자로 우리를 빚어주옵소서. 그리스도이신 예수님의 이름으로 기도드립니다. 아멘.

<질문>
1) 본문을 천천히 다시 읽어보십시오.
2) 다른 복음서는 없는 세례요한의 이야기가 본문에 담길 수 있었던 이유는 무엇입니까?
3) 하나님이 사가랴와 엘리사벳에게 잉태를 허락하신 이유는 무엇입니까?
4) 내 인격은 어떤 모습입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