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출애굽기 34장 18-35절
찬송가 428장 ‘내 영혼에 햇빛 비치니’

오늘 본문은 34장 1절부터 시작된 하나님과 이스라엘과의 언약 관계 갱신에 관한 나머지 부분과 언약 체결 후 새로운 십계명 두 돌판을 받고 시내 산에서 내려오는 모세에 관한 기록입니다.

먼저, 18절부터 26절은 이스라엘이 꼭 지켜야하는 3대 절기, 곧 무교절과 칠칠절, 수장절과 안식일에 관한 규례입니다. 먼저 무교절은 유월절과 관련된 절기로 이집트의 노예로 살던 이스라엘 백성들이 ‘하나님의 은혜’로 구원받게 되었음을 기억하는 절기입니다. 칠칠절은 가을 추수의 첫 수확을 감사하는 절기로 그 또한 ‘하나님의 은혜’로 수확물을 얻게 되었음을 생각하는 절기입니다. 마지막으로 수장절은 추수를 모두 마친 후에 지키는 절기로 모든 것이 다 ‘하나님의 은혜’로 된 것임을 고백하는 절기입니다. 이 세 절기에 공통점은 모든 것이 다 ‘하나님의 은혜’임을 기억하게 한다는 것입니다.

‘인간은 망각의 동물이다’ 라는 말이 있습니다. 잘 잊어버리는 특성을 지닌 인간을 비유적으로 표현한 것입니다. 물론 ‘망각’이 필요할 때도 있습니다. 아무리 큰 슬픔일지라도 시간이 지나면 잊어버리게 되기에 인간의 망각 능력이 때로 요긴하기도 합니다.

하지만 신앙의 관점에서는 다릅니다. ‘망각’은 치명적입니다. 특히 ‘하나님의 은혜에 대한 망각’은 더 더욱이나 치명적입니다. 왜냐하면 ‘교만’으로 직결되기 때문입니다. 하나님의 은혜에 대한 망각은 모든 것이 나의 힘, 나의 능력으로 된 것처럼 착각하게 만듭니다. 그리고 어느덧 하나님 자리에 나를 올려놓는 교만함을 범하게 합니다. 그런 우리에게 하나님의 은혜를 잊지 않게 하는 영적장치가 있는데 바로 절기입니다.

오늘 우리 기독교 또한 절기를 지키고 있습니다. 물론 유대교의 절기와는 차이가 있습니다. 가장 큰 차이점이 있다면 기독교의 절기는 예수님의 탄생, 수난, 죽으심, 부활, 영으로 임하심 그리고 재림의 내용을 주로 담고 있다는 점입니다. ‘예수 그리스도’가 ‘하나님의 은혜의 정수(精髓)’이시기 때문입니다. 그에 따라 절기 준수는 우리 그리스도인들로 하여금 예수 그리스도를 통한 ‘하나님의 은혜’를 기억하게 합니다.

하지만 더 중요한 것은 하나님의 은혜에 대한 기억이 단순한 회상에 그쳐서는 안 된다는 점입니다. 절기 준수를 디딤돌로 오늘을 그리스도인답게 살아가는 원동력으로 삼을 수 있어야 합니다. 절기를 지키며 다시 오실 주님을 떠 올리므로 삶의 투명성을 회복하는 영적 계기로 선용해야 합니다. 의례적인 절차가 아닌 마음을 다해 절기를 기억하며 지켜나가야 할 이유입니다.

한편으로 절기가 예수 그리스도의 생애를 1년 단위로 생각하게 하며 하나님의 은혜를 기억하게 한다면 안식일, 곧 우리가 매 주일 지키는 주일은 1주일 단위로 예수님을 통한 하나님의 은혜를 기억하게 합니다. 죽을 수밖에 없었던 죄인 된 나를 예수 그리스도의 십자가 보혈로 씻어 주시고 자녀삼아 주신 하나님의 은혜를 기억하게 합니다. 그를 통해 그리스도인이라는 정체성과 삶의 목적을 재정립하게 합니다. 우리가 온 힘과 온 정성을 다해 주일을 성수해야 하는 이유입니다.

사실 우리는 절기와 주일을 지킨다고 합니다. 하지만 결국 절기와 주일이 우리의 믿음과 신앙을 지켜주는 영적 방패요 버팀목이 됩니다. 우리가 절기 준수와 주일 성수를 가벼이 여겨서는 안 되는 까닭입니다.

이제 하나님의 용서와 자비 속에 결국 하나님과 이스라엘 백성과의 언약은 새롭게 체결됩니다. 27절에서 28절입니다. “여호와께서 모세에게 이르시되 너는 이 말들을 기록하라 내가 이 말들의 뜻대로 너와 이스라엘과 언약을 세웠음이니라 하시니라 모세가 여호와와 함께 사십 일 사십 야를 거기 있으면서 떡도 먹지 아니하였고 물도 마시지 아니하였으며 여호와께서는 언약의 말씀 곧 십계명을 그 판들에 기록하셨더라”

말씀을 마치신 하나님께서는 모세에게 언약체결의 징표로 모든 것을 기록하라고 명령하십니다. 그에 따라 모세는 거기 곧 시내 산에서 사십일 밤낮을 머무르며 아무 것도 먹지 않고 그 말씀들을 기록합니다.

그런데 중요한 점은 지난 첫 번째와 마찬가지로 십계명만큼은 하나님께서 친히 또 돌판에 기록해서 주셨다는 사실입니다. 성경은 하나님의 말씀이지만 성령의 감동을 받은 사람들에 의해 기록되었습니다. 그에 반해 십계명만큼은 두 번씩이나 하나님께서 직접 써 주셨습니다. 그만큼 십계명이 하나님의 백성들에게는 절대적인 하나님의 명령이라는 뜻입니다.

이스라엘 백성이 요단강을 건너가기 직전, 모세는 모압 광야에서 이스라엘 백성들에게 이렇게 선포했습니다. 신명기 5장 1절에서 3절입니다. “모세가 온 이스라엘을 불러 그들에게 이르되 이스라엘아 오늘 내가 너희의 귀에 말하는 규례와 법도를 듣고 그것을 배우며 지켜 행하라 우리 하나님 여호와께서 호렙 산에서 우리와 언약을 세우셨나니 이 언약은 여호와께서 우리 조상들과 세우신 것이 아니요 오늘 여기 살아 있는 우리 곧 우리와 세우신 것이라”

여기에서 ‘우리’는 모세가 하나님께로부터 십계명을 받을 당시 어린아이였거나 태어나지도 않았던 광야 2세대를 말합니다. 그런데도 모세는 그런 그들과 하나님께서 호렙산에서 언약을 세우셨다고 합니다. 곧 십계명을 통해 언약을 맺으셨다고 말하고 있는 것입니다. 시간을 뛰어넘는 십계명의 유효성입니다. 그러므로 십계명은 단순히 구시대의 유물이 아니라 오늘을 살아가는 우리 그리스도인들이 지켜나가야 할 하나님의 현재적인 명령임을 알 수 있습니다.

이제 마지막으로 하나님과의 언약체결이후 시내 산을 내려오는 모세의 모습에 대한 성경의 기록입니다. 본문 29절에서 30절입니다. “모세가 그 증거의 두 판을 모세의 손에 들고 시내 산에서 내려오니 그 산에서 내려올 때에 모세는 자기가 여호와와 말하였음으로 말미암아 얼굴 피부에 광채가 나나 깨닫지 못하였더라 아론과 온 이스라엘 자손이 모세를 볼 때에 모세의 얼굴 피부에 광채가 남을 보고 그에게 가까이 하기를 두려워하더니”

사십 주야를 하나님 곁에 머물며 하나님과 함께 말씀을 나누었던 모세의 얼굴에서는 빛이 났습니다. 그 빛은 하나님의 영광의 빛으로 그가 40일 동안 하나님과 깊은 교제를 나누었음을 알 수 있는 징표였습니다. 이처럼 하나님을 만난 사람은 하나님을 만난 흔적이 다른 사람에게 보이기 마련입니다.

우리 주님께서는 우리 그리스도인들을 향해 이렇게 말씀하셨습니다. 마태복음 5장 14절에서 16절입니다. “너희는 세상의 빛이라 산 위에 있는 동네가 숨겨지지 못할 것이요 사람이 등불을 켜서 말 아래에 두지 아니하고 등경 위에 두나니 이러므로 집 안 모든 사람에게 비치느니라 이같이 너희 빛이 사람 앞에 비치게 하여 그들로 너희 착한 행실을 보고 하늘에 계신 너희 아버지께 영광을 돌리게 하라”

주님께서는 우리 그리스도인들을 향해 우리가 ‘세상의 빛’이라고 말씀하고 계십니다. ‘빛이 되어라’가 아니라 우리 그리스도인 자체가 이미 ‘빛’이라는 의미입니다. 예수님을 통해 이미 하나님을 만난 사람들이 바로 우리 그리스도인들이기 때문입니다. 빛으로 선택받은 우리에게는 사명이 있습니다. 우리의 빛나는 착한 행실로 하늘에 계신 하나님께 영광을 돌리는 것입니다.

우리가 그리스도인인 이상, 우리의 삶은 결코 숨기거나 감출 수 없습니다. 빛으로 부름 받았기 때문입니다. 우리의 소임은 빛으로서의 정체성을 인식하며 바른 행실을 통해 투명한 삶을 살아가며 주님의 투명한 쇼윈도로 살아가는 것입니다. 그럴 때에 비로소 우리의 삶을 통해 하나님의 진선미가 드러나며 하나님께서 영광을 받으시게 되는 것입니다.

오늘 하루도 하나님의 은혜를 기억하시며, ‘하나님 사랑, 이웃사랑’이라는 십계명을 준수하는 투명한 삶으로, 하나님의 쇼윈도가 되어 하나님께 영광 돌리는, 사랑하는 우리 교우님들 되시기를 주님의 이름으로 축원드립니다. 기도하시겠습니다

기도
주님! 모든 것이 다 하나님의 은혜임을 알지만 망각 속에 점점 교만해져만 가는 저희입니다 긍휼히 여겨주시고 다시금 마음을 새롭게 하여 주사 마음을 다해 뜻을 다해 힘을 다해 절기를 준수하며 주일을 성수하게 해 주십시오 하나님께서 직접 기록해서 주신 십계명을 구시대의 유물이 아닌 주님의 현재 명령으로 인식하고 준행함으로 주님의 투명한 쇼윈도우로 쓰임 받게 해 주십시오 그런 저희의 삶을 통해 하나님의 진선미가 드러나며 하나님께서 영광 받으시는 역사가 일어나게 해 주십시오 영원한 진리의 빛으로 오셔서 저희를 빛으로 삼아주신 주, 예수님 이름으로 기도드립니다 아멘.

묵상을 돕는 질문
1. 하나님께서 이스라엘 백성에게 기억하며 지키라 명하신 3대 절기는 무엇입니까(18절-22절 내용참고)? 아울러 이스라엘 백성들은 또 어떤 날을 구별하여 지켜야만 했습니까(21절)? 오늘 내게 교회 절기들과 주일은 어떤 의미인지 생각해 봅시다.
2. 하나님께서는 두 번이나 십계명을 돌 판위에 직접 기록하여 모세에게 전해주십니다(출 31:18; 34:28). 오늘 십계명을 대하는 내 모습은 어떻습니까? 성찰해 봅시다.
3. 하나님과 함께 말씀을 나누었던 모세에게 어떤 일이 일어납니까(29절)? 내 삶속에 하나님을 만난 흔적은 무엇입니까? 바른 행실 곧 투명한 삶으로 가꿔 나가야할 삶의 영역들은 무엇인지 구체적으로 기록하고 실천해 봅시다.

(작성: 이성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