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누가복음 17:1-10
찬송가 420장 ‘너 성결키 위해’


예수님은 당신을 따르는 제자들과 자신을 무너뜨릴 기회를 노리는 사람들 사이를 왔다 갔다 하시면서 오랫동안 강론을 이어오셨습니다. 제자들을 가르치실 때에는 바리새인들에게 경고하셨고, 바리새인들을 향해서 책망조로 말씀하실 때는 부정적인 예를 드시면서 제자들을 가르치셨습니다. 이어지는 17장에서 예수님은 베레아 지역에서의 사역을 마무리하시며 주님의 제자들이 가져야 할 주요 덕목들을 다시 한 번 강조하십니다.

주님은 앞선 14장과 곳곳에서 제자가 되기 위한 조건들을 말씀해 주셨습니다. 제자가 되는 길은 쉬운 길이 아닐뿐더러 아무나 갈 수 없는 길이라고까지 느껴질 때가 있습니다. 어쩌면 이 시대에도 주님의 참 제자가 많지 않기에 교회가 올바로 서지 못하고 오히려 비판의 대상이 되었는지 모릅니다. 코로나 바이러스를 경험하면서 한국교회가 다시금 비판과 경계의 대상이 되고 있는 이때에, 목회자와 성도들은 더욱 더 주님의 말씀에 귀를 기울이고, 가르쳐주신 교훈을 따라 제자의 삶을 온전히 살아야 하겠습니다.

오늘 본문은 예수님의 제자인 우리가 어떻게 주님을 닮아가며, 신실한 제자 공동체로 드려질 수 있을지를 가르쳐주십니다. 주님은 제자 공동체를 향한 네 가지 교훈을 주시는데, 이는 먼저 우리가 속해 있는 구역공동체와, 봉사팀, 그리고 우리 교회, 나아가 이 사회 공동체 속의 모든 인간관계와 사역의 현장 속에서 실천해야 할 제자의 자세라고 할 수 있겠습니다.


실족하게 하는 것과 용서에 대한 교훈(1-4)

주님의 제자 공동체에 주시는 첫 번째 교훈은 실족하게 하지 말라는 것입니다.

(1) 예수께서 제자들에게 이르시되 실족하게 하는 것이 없을 수는 없으나 그렇게 하게 하는 자에게는 화로다

이 말씀을 하시기 전에 예를 들어 주신 것이 부자와 나사로 이야기입니다. 부자의 모습에서 바리새인들의 모습을 볼 수 있습니다. 바리새인들은 예수님 주위에 몰려든 세리들과 죄인들을 경멸하고 있었으며, 부자도 나사로를 이와 비슷하게 취급했습니다. 소외당하고 약한 자들은 이로 인해 쉽게 영적인 상처를 입을 수 있습니다. 예수님은 이러한 교훈을 제자들에게 주시며, 바리새인들처럼 하지 말라고, 피난처를 찾아 예수님께 나아온 영혼들을 실족시키는 일이 없도록 하라고 말씀하십니다.

주님의 제자 공동체인 교회는 실족하게 하는 일이 없도록 조심해야 합니다. 실족이라는 단어는 죄를 짓거나 믿음에서 멀어지는 것을 뜻하며, 다른 사람이 죄를 범하게 되는 원인을 제공하는 모든 장애물의 의미를 포함하고 있습니다. 어쩌면 이 위험에 가장 노출되어 있는 사람은 지도자, 곧 목회자와 공동체의 리더들일 수 있으며, 이후 사도행전으로 이어질 때에 열두 사도가 곧 당사자가 되었던 것입니다. 실족하게 하는 일이 전혀 없을 수는 없습니다. 이 세상에 이미 죄가 만연해 있고 인간은 근본적으로 죄인이며 연약하기 때문입니다. 그러나 주님께서는 ‘너희가 조심하라’고 하시면서 그렇게 하는 자에게는 화가 있다고 말씀하십니다.

(2) 그가 이 작은 자 중의 하나를 실족하게 할진대 차라리 연자맷돌이 그 목에 매여 바다에 던져지는 것이 나으리라

주님께서 이런 과격한 표현을 하신 이유가 무엇이겠습니까? 그만큼 실족하게 하는 것이 한 사람을 파괴적인 결과로 이끌기 때문일 것입니다. 실족하게 된 사람은 그보다 더 한 고통과 아픔을 겪을 수 있고, 믿음에서 떠나 멸망의 길로 갈 수 있기에, 실족하게 한 사람도 마땅히 그에 따른 심판이 있다는 것입니다. 우리는 인간관계에서 무심결에 실수를 할 수 있고, 말과 행동으로 사람을 걸려 넘어지게 할 수 있습니다. 그러나 예수님의 제자는 주님의 이 말씀을 늘 염두에 두고 항상 조심하여 실족하게 하는 일이 없도록 힘써야겠습니다. 실족하게 하는 일은 어느 순간 갑자기 찾아올 수 있습니다. 그러므로 우리는 매사에 주님의 말씀처럼 상대를 배려하고 먼저 이해하며 신중하게 행하고, 더욱이 약한 자들을 대할 때 더 조심해야 하겠습니다.

주님의 제자 공동체에 주시는 두 번째 교훈은 끝까지 용서하라는 것입니다.

(3) 너희는 스스로 조심하라 만일 네 형제가 죄를 범하거든 경고하고 회개하거든 용서하라

여기 ‘형제’라는 단어를 새번역에서는 믿음의 형제로 번역하고 있으며, 원어의 의미도 공동체 안에서의 형제를 의미합니다. 믿음의 지체가 죄를 범하거든 경고하고 이어서 그가 회개하거든 용서하라고 말씀하십니다. 이 경고는 회개를 위한 경고임을 알 수 있습니다. 단순한 지적과 책망이 아니라, 그가 잘 돌이키고 죄를 뉘우치고 다시는 저지르지 않도록 회개할 수 있는 경고가 되어야 합니다. 그것은 곧 그가 마음 상하지 않고, 잘 동의하고 받아들일 수 있도록 하는 경고일 것입니다. 혹시 그가 마음이 상하게 된다면, 오히려 앞 절에 나오는 실족하게 되는 경우가 생길 수 있습니다.

그러므로 믿음의 공동체에서는 아주 신중하게, 그리고 기도를 많이 하고 죄를 지적할 수 있어야합니다. 한 영혼이 하나님 앞에서 바로 설 수 있도록 온 마음을 다해 그를 세워주어야 합니다. 그렇게 된다면, 그 사람으로 하여금 진정 회개하는 자리로 이끌어 줄 것이며, 하나님과의 관계가 회복될 것입니다. 또한 공동체는 더 성결하게 되고, 아름답게 성장할 수 있게 될 것입니다.

혹시 공동체 안에서 아직 용서하지 못한 사람이 있으십니까? 먼저 용서할 수 있는 넉넉한 마음을 달라고 기도하시기 바랍니다. 나에게서 사과를 받기 위해 기다리고 있는 사람이 있을 수 있습니다. 그에게 다가가 용서를 구할 수 있는 용기도 허락해 주시길 기도해야겠습니다. 나아가 부모 자녀 관계, 친구관계와 이웃관계, 직장에서도 용서가 필요한 상황에 있다면 주님의 이 말씀을 붙들고 기도하며 용서를 구하고, 또한 용서를 베푸는 주님의 제자가 되시기를 바랍니다. 주님은 이어서 용서의 조건과 기준에 대해서 말씀해 주십니다.

(4) 만일 하루에 일곱 번이라도 네게 죄를 짓고 일곱 번 네게 돌아와 내가 회개하노라 하거든 너는 용서하라 하시더라

주님은 제자들을 박해하는 자들에게는 무조건 용서하라는 말씀을 하셨습니다. 그러나 공동체 안에서 형제를 용서할 때는 조건이 붙습니다. 그가 회개할 때입니다. 회개하는 형제를 용서하되 일곱 번, 즉 완전수를 언급하시며 끝까지 용서해 주라고 말씀하십니다. 일곱 번 반복해서 죄를 짓는다는 것은 동일한 피해를 계속 입힘으로 상대가 큰 상처를 입었을 수 있습니다. 그럴 경우에도 과연 용서할 마음이 생길 수 있겠습니까? 이 때 우리는 예수님을 바라보아야 합니다. 예수님은 우리를 끝까지 사랑해 주시고, 용서해 주십니다. 주님을 따르는 제자는 이와 같이 끝까지 용서해야 합니다.

우리는 이러한 회개와 용서의 문화가 자연스러운 공동체가 되도록 더욱 힘써야 하겠습니다. 주님은 십자가에서 ‘아버지여 저들을 사하여 주옵소서’ 라고 기도하셨습니다. 스데반 역시 그렇게 했습니다. 때로 상대가 회개의 모습이 모이지 않고 있다 할지라도, 주님의 모습과 스데반의 예를 떠올리며 먼저 용서할 수 있겠습니까? 그렇다면 그 마음과 현장이 주님이 다스리는 하나님의 나라가 될 것입니다.


믿음에 대한 교훈(5-6)

주님의 제자 공동체에 주시는 세 번째 교훈은 믿음을 실천하라는 것입니다.

(5) 사도들이 주께 여짜오되 우리에게 믿음을 더하소서 하니

앞 맥락과 이어진다고 보면, 제자들이 용서를 위해 믿음을 구한 것이 됩니다. 그렇다면, 주님이 말씀하신 겨자씨 같은 작은 믿음이 있다 할지라도 아무리 용서하기 힘든 사람까지도 용서할 수 있다는 것으로 해석됩니다. 또한 새로운 주제로 넘어가는 것으로 보아도 크게 무리는 없습니다. 제자들이 왜 이런 질문을 했는지 그 배경을 단정할 수는 없지만, 주님께 믿음을 더해 달라고 구하고 있습니다. 그들을 향해 주님은 이렇게 말씀하십니다.

(6) 주께서 이르시되 너희에게 겨자씨 한 알만한 믿음이 있었더라면 이 뽕나무더러 뿌리가 뽑혀 바다에 심기어라 하였을 것이요 그것이 너희에게 순종하였으리라

제자들은 예수님이 믿음의 대상이시며, 근원이라는 것을 알고, 주님께 이 믿음을 구하고 있습니다. 믿음을 더해 달라고 구했지만, 주님은 그것에 응하지 않으시고 너희에게 겨자씨만한 믿음이 있으면 뽕나무를 바다로 옮길 것이라고 말씀하십니다. 이미 제자들 속에 이 믿음이 있다는 것이고, 그 믿음을 이제는 실행해 옮기라는 말씀입니다.

믿음은 자기 신념이나 의지가 아닙니다. 신뢰할만한 대상을 신뢰하고 관계를 맺는 것인데, 그 분명한 대상은 바로 예수 그리스도입니다. 약속의 말씀의 성취로 오신 분, 인류를 위해 십자가에서 죽으시고 부활하신 예수 그리스도를 향한 믿음이 있다면, 그 믿음으로 기도할 때 이와 같은 기적을 경험하게 된다는 것입니다.

부활하신 예수님을 만난 제자들은 이 믿음을 가지고 수많은 사도행전의 기적을 경험하게 됩니다. 하나님 나라의 기적이고, 열매입니다. 우리 삶에서도, 또한 우리 공동체도 주님을 향한 이 믿음이 있을 때, 뿌리 깊은 뽕나무가 뽑혀 바다에 던져지는 듯한 놀라운 기적을 경험하며, 하나님께 영광을 돌리는 아름다운 열매를 맺게 될 것입니다.


무익한 종의 자세(7-10)

주님의 제자 공동체에 주시는 마지막 네 번째 교훈은 겸손한 종으로 섬기라는 것입니다.

(7-9) 너희 중 누구에게 밭을 갈거나 양을 치거나 하는 종이 있어 밭에서 돌아오면 그더러 곧 와 앉아서 먹으라 말할 자가 있느냐 도리어 그더러 내 먹을 것을 준비하고 띠를 띠고 내가 먹고 마시는 동안에 수종들고 너는 그 후에 먹고 마시라 하지 않겠느냐 명한 대로 하였다고 종에게 감사하겠느냐

당시의 종은 바깥일을 마치고 집으로 돌아와서 다시 집안일을 했습니다. 주인과 함께 겸상을 하는 것이 아니라 먼저 수종들고 이후에 자기 것을 먹는다는 것을 예로 들어 주십니다. 주님의 제자는 주님과 친구 관계이면서 동시에 주인과 종의 관계처럼 하나님 앞에 서야 함을 가르쳐 주십니다. 종은 자신을 드러내지 않고, 자기주장을 하지 않으며, 겸손하게 자기 할 일을 해야 합니다. 이 땅에 주님의 제자라고 하는 사람 중에, 복음 사역자들 중에 자신의 이름을 높이고, 자기의 업적을 기리는 사람이 있음을 부인할 수 없습니다. 이런 자들은 주님의 이 말씀을 마음에 깊이 새겨야 할 것입니다.

(10) 이와 같이 너희도 명령 받은 것을 다 행한 후에 이르기를 우리는 무익한 종이라 우리가 하여야 할 일을 한 것뿐이라 할지니라

당시의 종들이 일을 하듯 주님의 제자는 철저한 봉사와 전적인 헌신이 요구된다는 것을 말씀하십니다. 오늘날 예수님을 따르는 우리 역시 사역 가운데 흘리는 땀과 수고에 대한 보상이나 대가를 바라기보다 겸손히 우리에게 맡겨진 주의 일을 충성되이 감당해야 할 주님의 종들임을 기억해야 할 것입니다. 제자 공동체에서는 겸손히 먼저 섬기는 사람이 필요합니다.

또한 주님은 그냥 종이 아니라 무익한 종이라고 말씀하십니다. 아무리 능력이 뛰어나고, 한 일이 많아도, 그저 주인에게 폐가 되지 않을까 염려하며 조심스러워하는 겸손한 종의 자세를 가지라는 것입니다. 당시의 종교지도자들은 교만했고, 섬김을 받으려 했으며, 자신을 드러내려 했습니다. 오늘날 주님의 종이 이러한 모습을 보이고 있다면 철저히 회개해야 하겠습니다.

제자들을 향해 말씀하신 이와 같은 네 가지 교훈은 주님이 먼저 보여주신 모본을 따라 우리도 지켜 행할 수 있습니다. 주님께서는 우리를 먼저 찾아와 주시고 끝까지 참아주십니다. 매일 죄를 지어도 주님의 십자가 앞에 가지고 나아가면 우리 죄를 사해 주시되, 일흔 번씩 일곱 번이라도 회개하는 자를 끝까지 용서해 주십니다.

주님은 아버지와의 깊은 관계 속에서 마지막 사명을 감당하시기까지 아버지에 대한 믿음을 보여주셨습니다. 또한 주님은 제자들의 발을 씻어 주심으로 친히 섬김의 본을 보여 주셨습니다. 주님의 본을 따라 가르쳐주신 이 말씀을 삶으로 살아내며 지켜 행함으로, 오늘도 제자의 길을 묵묵히 걸어가는 귀한 삶이 되시기를 축복합니다.


기도
하나님 아버지, 오늘도 주님의 말씀을 통해 교훈하시고 가르쳐주셔서 감사드립니다. 예수님의 제자로 이 땅을 살아가기가 쉽지 않음을 깨닫습니다. 주님이 보여 주신 모본을 따라 약한 자를 대할 때 늘 조심하며 신중하고 배려함으로 상처주지 않고, 실족하지 않을 수 있도록 저희 입술과 행동을 지켜 주시옵소서. 주님이 용서하셨듯이 먼저 용서하는 삶을 살게 하시고, 예수님을 향한 올바른 믿음을 지켜갈 수 있게 해 주시옵소서. 우리에게 맡겨진 사명을 다하고 무익한 종이라 고백할 수 있는 겸손히 그리고 끝까지 섬기는 인생이 되게 해 주시옵소서. 주님이 걸어가신 그 길을 우리도 묵묵히 주님 손잡고 걸어가는 이 시대의 주님의 참 제자, 그리고 제자 공동체가 되게 해 주시옵소서. 예수님의 이름으로 기도 드립니다. 아멘.


묵상을 돕는 질문
1. 주님의 제자는 스스로 조심하며 형제를 실족하게 하지 않도록 힘쓰라고 하십니다. 나로 인해 상처 받은 자가 있다면 용서를 구하고 관계 회복을 위해 노력하고 있습니까?
2. 회개하는 형제는 끝까지 용서하라고 말씀하십니다. 아직까지 용서하지 못한 사람이 있다면 오늘 용기를 내어 용서의 손을 내밀어 봅시다.
3. 겨자씨 같은 믿음만 있어서 산을 옮긴다고 말씀하십니다. 나에게는 예수 그리스도를 향한 올바른 믿음이 있는지 돌아보고, 어떻게 믿음을 잘 실행할 수 있을지 생각해 봅시다.
4. 여호와를 나의 힘으로 삼고, 끝까지 겸손한 섬김의 종으로 쓰임받기 위해서 오늘 하루 결단해야 할 것은 무엇인지 묵상해 봅시다.


(작성: 최정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