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누가복음 8:1-15
찬송가 212장 ‘겸손히 주를 섬길 때’

두루 다니시며(1-3절)

누가복음 8장은 ‘그 후에’로 시작합니다. ‘그 후에’의 원어적 의미는 ‘잇따라’ ‘차례대로’입니다. 예수님께서 이 땅에서 계획하셨던 사역을 차질없이 차례대로 진행하고 있음을 누가가 밝히고 있습니다.

1 그 후에 예수께서 각 성과 마을에 두루 다니시며 하나님의 나라를 선포하시며 그 복음을 전하실새 열두 제자가 함께 하였고

예수님께서 다니신 곳인 ‘성’은 헬라어 ‘폴리스’로 도시를 뜻하며, ‘마을’은 헬라어 ‘코메’로 ‘폴리스’보다 작은 단위의 마을입니다. 예수님께서는 도시와 시골 마을에 두루 다니시며 복음을 전파하셨습니다. 그러니까 예수님께서는 지역의 규모와 상관없이 구원이 필요한 곳은 어느 곳이든 제자들과 함께 방문하셨습니다. 이처럼 복음 전파와 하나님 나라의 선포 대상은 특정한 곳에 한정되지 않아야 하듯이 오늘날 주님의 몸된 교회의 지체인 우리 역시 주님의 사랑과 복음 전파와 나눔의 대상을 두루두루 잘 살펴보며 전해야 합니다.

2 또한 악귀를 쫓아내심과 병 고침을 받은 어떤 여자들 곧 일곱 귀신이 나간 자 막달라인이라 하는 마리아와 3 헤롯의 청지기 구사의 아내 요안나와 수산나와 다른 여러 여자가 함께 하여 자기들의 소유로 그들을 섬기더라

예수님께서 귀신 들린 사람과 병든 사람을 고쳐주셨습니다. 그들 중 여인들이 주님의 은혜에 감사하여 주님과 제자들을 도왔는데 누가는 그들 중에 3명의 여인들의 이름을 언급하고 있습니다. 당시 여인들은 경제적 능력이 없는 소외계층이었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여인들이 함께 예수님과 그의 제자들을 섬겼는데 자기들의 소유로 섬겼습니다. 3명의 여인들 중에는 분봉왕 헤롯의 청지기의 아내 요안나가 있었습니다. 헤롯의 청지기는 고위 관료이기에 요안나는 다른 여인들과 비교해서 경제적으로 어렵지 않았을 것입니다. 반면에 요안나와는 대조적으로 일곱 귀신이 들렸던 막달라인 마리아는 중병에 시달린 사람들이 겪었던 어려움을 고려해 보면 경제적으로 넉넉하지 못한 삶을 살았을 것입니다. 중요한 점은 여인들이 함께 주님과 제자들을 섬길 때에 단순 자원봉사 개념이 아닌 자비량 자원봉사를 넘어 자기의 소유로 주님과 제자들을 섬겼습니다.
주님을 섬기고 주님의 사람들을 섬기고 나아가 이웃을 섬김은 소유의 많고 적음을 떠나 주님의 은혜에 감사하는 마음이 있을 때 가능합니다. 우리가 주님을 섬기는 마음으로 교회에서 봉사할 때에 경제적 능력, 사회적 지위, 학력, 건강 상태 등은 중요한 요소가 될 수 없습니다. 오직 주님의 은혜에 감사하여 주님 앞에 무릎을 꿇고자 하는 마음이 중요한 요소가 됩니다.

씨는 하나님의 말씀(4-15절)

4절부터 15절은 예수님께서 가르쳐주신 ‘씨 뿌리는 비유’(마13:18)입니다. 이 비유는 공관복음에 모두 나오는 비유이며 누가복음에서는 간략히 기록되어 있습니다.

4 각 동네 사람들이 예수께로 나아와 큰 무리를 이루니 예수께서 비유로 말씀하시되

‘각 동네’에 해당하는 원어는 1절의 ‘각 성’과 동일한 단어입니다. 단지 성에 거주하는 사람뿐만 아니라 1절의 표현대로 도시와 마을에 거주하는 사람들이 예수님께 관심을 가지고 모여 큰 무리를 이루었습니다. 이때에 예수님께서는 하나님 나라를 비유로 가르쳐 주셨습니다.

5 씨를 뿌리는 자가 그 씨를 뿌리러 나가서 뿌릴새 더러는 길 가에 떨어지매 밟히며 공중의 새들이 먹어버렸고

씨가 무엇인지를 11절에서 알려주고 있습니다.

11 이 비유는 이러하니라 씨는 하나님의 말씀이요

그러므로 씨를 뿌리는 자는 하나님의 말씀을 뿌리는 자이기에 하나님과 예수님을 가리킵니다. 주님께서 하나님의 말씀을 뿌리는 곳은 사람들의 마음입니다. 하나님의 말씀을 듣는 사람들의 마음이 길 가와 같은 사람, 바위 위와 같은 사람, 가시떨기 속과 같은 사람, 그리고 마음이 좋은 땅과 같은 사람입니다.

신앙 생활을 좀 한다고 하는 사람은 예배 시간 이외에도 하나님의 말씀인 성경을 자주 읽고 듣습니다. 하나님 말씀이 풍요로운 것 같지만 하나님 말씀의 기갈로 겨우 생명을 유지하는 사람들이 있습니다. 하나님의 말씀을 많이 읽고 듣더라도 마음이 좋은 땅이 되지 않으면 하나님 말씀의 기갈이 찾아옵니다. 하나님 말씀을 듣기는 들어도, 보기는 보아도 하나님 말씀의 기갈이 오는 사람들의 세 가지 유형이 있습니다.

첫째는 마음이 길 가와 같은 사람입니다. 길 가에 있다는 의미를 12절이 알려주고 있습니다.

12 길 가에 있다는 것은 말씀을 들은 자니 이에 마귀가 가서 그들이 믿어 구원을 얻지 못하게 하려고 말씀을 그 마음에서 빼앗는 것이요

하나님의 말씀을 듣자마자 공중의 새가 하나님 말씀의 씨를 빼앗아가는 경우입니다. 공중의 새는 마귀입니다. 그러니까 마음이 길 가와 같은 사람은 마귀의 방해로 하나님 말씀의 씨가 마음에 뿌려지지만 제대로 열매를 맺지 못하는 경우입니다. 그 원인을 마귀의 탓으로만 돌릴 수 없습니다. 마귀의 방해는 인류 역사 가운데 항상 존재해 왔습니다. 마귀는 심지어 주님까지도 시험을 했습니다. 마귀는 언제나 하나님과 사람의 관계를 깨트리려고 합니다. 아담과 하와에게 뱀이 그렇게 했듯이 오늘날 우리에게 끊임없이 마귀가 이런 방해를 시도하고 있습니다. 하나님의 사랑과 구원의 손길이 사람에게 닿지 않도록 마귀가 방해하고 있습니다. 이러한 마귀의 목적이 달성되지 않도록 우리의 마음이 길 가와 같은 사람이 되지 않아야 합니다. 하나님 말씀의 씨를 공중의 새인 마귀에게 빼앗기지 않도록 내 마음에 울타리를 쳐서 하나님의 말씀을 잘 지켜야 합니다.

둘째는 마음이 바위 위와 같은 사람입니다.

6 더러는 바위 위에 떨어지매 싹이 났다가 습기가 없으므로 말랐고

바위 위에 씨가 떨어져서는 생명을 유지할 수 없습니다. 바위 위에 떨어진 씨의 의미를 13절이 알려주고 있습니다.

13 바위 위에 있다는 것은 말씀을 들을 때에 기쁨으로 받으나 뿌리가 없어 잠깐 믿다가 시련을 당할 때에 배반하는 자요

마음이 바위 위와 같은 사람은 마음이 길 가와 같은 사람과 비교해서 좀 나은 듯해 보입니다. 우선 말씀을 기쁨으로 받기 때문입니다. 하나님의 말씀을 기뻐하며 받는 사람들은 많이 있습니다. 그런데 그 마음이 바위 위와 같다면 씨앗이 뿌리를 내릴 수 없고 습기가 없어 말라버립니다. 뿌리를 내리지 못한다는 것은 잠깐 믿음 생활을 하다가 시련을 당할 때 그 믿음을 버리는 사람을 가리킵니다. 믿음 생활을 할 때에는 이런저런 제약을 많이 받습니다. 정직하게 살아야 하고 불의와 타협하지 않아야 하고 자기희생과 섬김으로 낮아져야 합니다. 이러한 변화된 생활을 시작해 보면 이를 이상하게 여기는 가족이나 주변 사람들로부터 도전적인 말을 듣습니다. 그런 말을 듣고 변화된 삶의 방식을 유지하느냐 포기하느냐를 두고 갈등을 겪게 되는데 이것이 시련입니다. 그 시련을 견디지 못해 믿음 생활을 떠나는 사람을 가리켜 13절에 주님께서 ‘배반하는 자’라고 하십니다. 누구를 배반하는 자이겠습니까? 우리는 믿음을 선물로 주신 분을 배반하지 않도록 시련을 잘 이겨야 하겠습니다.

셋째는 마음이 가시떨기 속과 같은 사람입니다.

7 더러는 가시떨기 속에 떨어지매 가시가 함께 자라서 기운을 막았고

씨가 가시떨기 속에 떨어지면 씨가 싹이 나더라도 가시떨기가 씨의 기운을 막기에 식물이 성장할 수 없습니다. 가시떨기에 떨어졌다는 것의 의미를 14절에서 알려주고 있습니다.

14 가시떨기에 떨어졌다는 것은 말씀을 들은 자이나 지내는 중 이생의 염려와 재물과 향락에 기운이 막혀 온전히 결실하지 못하는 자요

마음이 가시떨기 속과 같은 사람은 마음이 길 가와 같은 사람과 비교해서 좀 낫다고 말할 수 있습니다. 그런데 마음이 바위 위와 같은 사람처럼 하나님 말씀의 결실을 맺지 못하는 것은 매한가지입니다. 이런 유형의 사람들은 하나님 말씀을 듣지만 세상의 염려와 재물과 향락이 가시떨기가 되어 믿음이 성장하지 못하는 사람입니다. 어제 하루 동안 염려를 얼마나 하셨습니까? 오늘 하루 해야 할 일로 얼마나 염려가 되십니까? 염려를 잘 하는 사람이라면 가시떨기를 빨리 제거하십시오. 재물도 마찬가지입니다. 돈과 재물에 대한 두뇌 활동이 하나님 말씀 묵상보다 더 활발하다면 그 가시떨기를 제거해야 합니다. 향락도 마찬가지입니다. 육체를 위해 먹고 마시고 입고 관리하는 것이 하나님과의 관계를 멀게 한다면 그 가시떨기를 제거해야 합니다.

하나님 말씀의 기갈이 오는 사람들과는 달리 말씀의 흡족한 비를 받는 사람들은 마음이 좋은 땅과 같은 사람입니다.

8 더러는 좋은 땅에 떨어지매 나서 백 배의 결실을 하였느니라 이 말씀을 하시고 외치시되 들을 귀 있는 자는 들을지어다

좋은 땅은 씨가 뿌리를 잘 내리고, 공중의 새로부터 빼앗기지 않고, 습기도 충분하고, 씨가 발아하여 성장하는데 기운을 막는 것이 없는 땅입니다. 좋은 땅에 있는 것이 무엇인지 15절이 알려주고 있습니다.

15 좋은 땅에 있다는 것은 착하고 좋은 마음으로 말씀을 듣고 지키어 인내로 결실하는 자니라

마음이 좋은 땅과 같은 사람은 마음이 착하고 좋은 사람입니다. ‘마음’으로 번역된 원어 ‘카르디아’는 지성과 감성과 의지의 3요소가 선한 것에 맞춰져 있는 상태입니다. 마음이 좋은 땅과 같은 사람은 예수 그리스도 안에서 거듭난 사람으로서 구원에 감격하여 빚진 마음으로 살아가는 사람이며, 하나님의 말씀을 듣고 지키고 인내로 결실하는 사람입니다. 하나님 말씀의 씨를 공중의 새가 와서 빼앗아가지 않도록 지키는 사람입니다. 믿음 생활이 시련에 넘어지지 않고 인내하는 사람입니다. 염려와 재물과 향락의 가시떨기를 제거하는 사람입니다. 그러므로 말씀의 풍성한 결실을 맺습니다.

9 제자들이 이 비유의 뜻을 물으니 10 이르시되 하나님 나라의 비밀을 아는 것이 너희에게는 허락되었으나 다른 사람에게는 비유로 하나니 이는 그들로 보아도 보지 못하고 들어도 깨닫지 못하게 하려 함이라

제자들이 예수님께서 말씀해 주신 비유의 뜻을 여쭈었습니다. 말씀의 뜻을 알고자 할 때에는 단순히 지적 호기심을 충족하기 위함이 아닌 주님의 뜻을 행하기 위한 호기심이어야 합니다. 예수님께서 제자들에게 비유 해석을 하시기 전, 하나님 나라의 비밀이 너희에게 허락되었다고 말씀하셨습니다. 그러니까 씨 뿌리는 비유는 하나님 나라의 비밀과 연관이 있습니다. 우리에게 하나님 나라의 비밀은 이미 주어졌습니다. 성령님 안에서 말씀을 받는 사람에게 비밀이 밝혀집니다. 하나님의 은혜에 감사하지 않으며 거부하는 사람에게는 하나님 나라가 문자 그대로 비밀이 됩니다. 10절에 ‘다른 사람’이 이런 사람들입니다. 당시 복음을 거부했던 사람들입니다.

하나님 나라의 비밀을 알게 된 사람들은 건강한 사람이나 율법의 조예가 있는 사람이 아니었습니다. 마리아, 요안나, 수산나와 여러 여인들처럼 귀신이 들렸고 병들어서 고독하게 살았던 사람들, 소외 계층의 사람들, 주님만 바라볼 수밖에 없었던 사람들, 그리고 주님을 따르는 사람들이었습니다. 이들에게 하나님 나라의 비밀을 아는 것이 허락되었습니다. 우리 역시 하나님 나라의 비밀이 우리 마음 밭에 씨로 뿌려질 때마다 마귀가 그 말씀을 빼앗아가지 않도록, 그리고 믿음의 시련이 닥쳐와도 주님을 배반하지 않도록, 그리고 세상의 염려와 재물과 향락이 믿음의 성장의 기운을 막지 않도록 말씀을 지키어 인내로 결실하는 사람이 되십시다. 그러기 위해서 오늘 하루 하나님께 겸손히 무릎을 꿇고 감사하는 마음을 잃지 않고 살아가십시다.

기도
하나님 아버지, 주님을 통해 병들고 악귀에 시달리는 사람들을 고쳐주시고 하나님 나라의 비밀을 알려주셔서 감사드립니다. 날마다 하나님의 은혜에 감사하며 하나님께 무릎을 꿇는 마음으로, 주님의 몸된 교회와 이웃을, 마리아와 요안나와 수산나와 여인들이 주님과 주님의 사람들을 섬겼듯이 섬기게 하시옵소서. 매일 주시는 주님의 말씀을 마귀에게 빼앗기지 않고, 시련을 만날 때에도 주님을 배반하지 않고, 염려를 주님께 온전히 맡기고 재물과 육신을 위하는 일은 하찮은 일로 여기는 사람이 되게 하시옵소서. 오늘 하루도 마음의 밭에서 주님의 말씀의 씨가 잘 자라 결실을 맺도록 말씀을 잘 지키며 살아가게 하시옵소서. 예수님의 이름으로 기도드립니다. 아멘.

묵상을 위한 질문
1. 예수님께서 지역과 계층에 상관없이 복음을 전하셨습니다. 그 결과 마리아, 요안나, 수산나, 여러 여인들이 자기들의 소유로 주님을 섬기는 사람이 되었습니다. 이 여인들처럼 주님을 잘 섬기기 위해서 필요한 것은 무엇이라고 생각합니까?
2. 마귀가 하나님 말씀의 씨를 빼앗아가는 이유가 무엇입니까?
3. 말씀의 씨가 나의 마음에서 자라지 못하게 하는 가시떨기와 같은 방해요소는 무엇인지를 생각해 봅시다.
4. 힘이신 하나님의 말씀을 듣고도 지키지 못하는 이유가 무엇이라고 생각합니까?

(작성: 김광욱)