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다니엘 4:1-37
찬송가 490장 ‘주여 지난 밤 내 꿈에’


다니엘 4장은 앞선 2장에 이어 느부갓네살의 두 번째 꿈 이야기가 등장합니다. 2장의 꿈이 미래의 나라들에 대해 다루었다면, 4장의 꿈은 느부갓네살 한 개인의 운명을 다루고 있습니다.


느부갓네살 왕의 두 번째 꿈(1-18)

본문의 첫 부분은 느부갓네살 왕이 백성들에게 조서를 내리는 것으로 시작됩니다. 두 번째 꿈을 꾸고 다니엘을 통해 해석을 받았지만, 이후에 1년이라는 시간동안 깨닫지 못하다가 이후 긴 고통스런 시간을 겪고 난 이후에 그는 다시금 하나님께 돌아오게 됩니다. 과거에 있었던 그 일들을 회고하면서 조서를 내리고 있는 것입니다.

1절부터 3절은 4장 전체의 서론 및 요약이라고 볼 수 있으며, 마지막 34절부터 37절까지 나오는 찬양의 내용과 흡사합니다. 수미쌍관, 즉 처음과 끝이 비슷한 내용으로 이루어진 형식입니다.

(1-3) 느부갓네살 왕은 천하에 거주하는 모든 백성들과 나라들과 각 언어를 말하는 자들에게 조서를 내리노라 원하노니 너희에게 큰 평강이 있을지어다 지극히 높으신 하나님이 내게 행하신 이적과 놀라운 일을 내가 알게 하기를 즐겨 하노라 참으로 크도다 그의 이적이여, 참으로 능하도다 그의 놀라운 일이여, 그의 나라는 영원한 나라요 그의 통치는 대대에 이르리로다

느부갓네살 왕은 지극히 높으신 하나님을 찬양하고 있습니다. 하나님은 이스라엘만의 하나님이 아니고 온 세상의 주인이시며 전능하신 하나님이심을 고백합니다. 이방나라의 왕으로서 하나님을 높이는 이 찬양이 너무도 자연스럽고, 또한 체험을 통한 고백이라는 것을 알 수 있습니다.
4절부터는 느부갓네살이 두 번째 꾸었던 꿈의 내용과 그것을 해석하기 위해 여러 가지 방법을 강구하던 과정을 회고하고 있습니다.

(4-5) 나 느부갓네살이 내 집에 편히 있으며 내 궁에서 평강할 때에 한 꿈을 꾸고 그로 말미암아 두려워하였으니 곧 내 침상에서 생각하는 것과 머리 속으로 받은 환상으로 말미암아 번민하였었노라

느부갓네살이 집과 궁에서 편히 있을 때 한 꿈을 꾸었다고 말합니다. 평안하고 모든 것이 잘 되고 있을 때 오히려 위기가 찾아올 수 있습니다. 신앙의 위기도 마찬가지입니다. 혹시 내 삶이 편안하고 안정적이고 일이 순조롭게 잘 진행되고 있다면, 그럴 때 더 주의하고 겸손할 수 있어야 합니다.

5절에서 왕은 그 꿈으로 말미암아 두려워하고 번민하였다고 이야기합니다. 그래서 이전과 같이 꿈을 해석할 사람들을 찾고 바벨론의 지혜자들에게 부탁하지만, 역시 해석하지 못합니다. 결국 다니엘을 불러서 그에게 꿈을 이야기하고 해석을 명합니다. 그러면서 자신의 꿈 내용을 10절부터 이야기하기 시작합니다.

(10) 그 나무가 자라서 견고하여지고 그 높이는 하늘에 닿았으니 그 모양이 땅 끝에서도 보이겠고

땅의 중앙에 나무 한 그루가 있는데 아주 크고 높아서 하늘에까지 닿을 정도였습니다. 잎사귀는 아름답고 그 열매가 너무나도 풍성합니다. 느부갓네살 왕의 권세와 통치력, 영향력을 보여주고 있습니다. 그렇지만 이어서 그 나무를 다루는 존재가 등장합니다.

(13) 내가 침상에서 머리 속으로 받은 환상 가운데에 또 본즉 한 순찰자, 한 거룩한 자가 하늘에서 내려왔는데

여기 ‘순찰자’라고 번역된 단어는 원어에 ‘깨어 있는 자’라는 뜻입니다. 즉, 잠을 자지 않고 깨어서 지키는 사람인데, 일반적으로 하나님이 부리시는 천사로 해석됩니다. 그가 하늘에서 내려와서 그 나무를 베고 가지를 자르며 짐승과 새들도 쫓으라고 말합니다. 나무에 대한 엄중한 심판의 메시지입니다.

또한 그 뿌리의 그루터기를 땅에 남겨 두고 쇠와 놋줄로 동이고 그것을 들 풀 가운데 두어서 하늘 이슬에 젖고 땅의 풀 가운데에서 짐승과 더불어 몫을 얻을 것이라고 말합니다. 15절에 ‘쇠와 놋줄로 동이고’라는 표현은, 장차 그가 정신병자처럼 될 암담한 상태를 상징적으로 보여줍니다. 이렇게 자신의 꿈 내용을 다 말하고 나서 느부갓네살은 다니엘에게 꿈에 대한 해석을 부탁합니다. 19절부터 33절까지 다니엘의 해석이 소개됩니다.


다니엘의 꿈 해석(19-33)

(19) 벨드사살이라 이름한 다니엘이 한동안 놀라며 마음으로 번민하는지라 왕이 그에게 말하여 이르기를 벨드사살아 너는 이 꿈과 그 해석으로 말미암아 번민할 것이 아니니라 벨드사살이 대답하여 이르되 내 주여 그 꿈은 왕을 미워하는 자에게 응하며 그 해석은 왕의 대적에게 응하기를 원하나이다

다니엘은 한동안 놀라며 번민하여 꿈 해석을 하지 않았습니다. 왕이 재촉하자 다니엘은 당사자가 기분 나쁠, 그리고 자기에게 피해가 올 지도 모르는 내용임에도 불구하고 솔직하게 꿈의 해석을 있는 그대로 전합니다. 우리는 과연 우리가 있는 곳에서 나보다 더 권위가 높은 사람에게 하나님이 주신 메시지를 담대하게 말할 수 있을지 돌아보게 됩니다.

20절부터 27절까지 다니엘은 꿈에 대해 하나님께 받은 해석을 왕에게 말하며 회개를 촉구하고 있습니다. 20절부터 나오는 그 나무는 느부갓네살을 의미하는 것이라고 말합니다. 왕이 견고해지고 하늘에 닿을 정도로 권세가 높아졌다는 것입니다. 그러나 왕이 이후에 사람에게서 쫓겨나서 들짐승과 함께 살며 소처럼 풀을 먹으며 하늘 이슬에 젖을 것이며, 이 같은 생활을 7년 동안 할 것이라고 말합니다.

27절에서 다니엘은 그러므로 왕에게 회개할 것을 권고합니다. 공의를 행함으로 죄를 사하고, 가난한 자를 긍휼히 여기라고 말합니다. 그러나 느부갓네살은 이 경고를 무시합니다. 열두 달이 지나고 그 꿈이 자신에게 이루어지고 나서야 깨닫게 됩니다.

(28-29) 이 모든 일이 다 나 느부갓네살 왕에게 임하였느니라 열두 달이 지난 후에 내가 바벨론 왕궁 지붕에서 거닐새

1년이라는 시간이 지나는 동안 느부갓네살은 자기 만족과 권세에 취해 회개하지 않았습니다. 29절에 나오는 왕궁은 세계 7대 불가사의 가운데 하나인 공중 정원으로 추정됩니다. 그곳에서 웅장한 바벨론 도성의 모든 곳이 한 눈에 보였다고 합니다. 자신의 능력으로 그 성을 건설했음을 흡족해 하는 것입니다.

에스겔 31장에서 선지자가 애굽에 대해서 예언할 때 백향목으로 비유하며 교만이 하늘 높이 솟았다고 한 것처럼, 느부갓네살 역시 애굽을 무너뜨린 이후에 자신이 똑같은 길을 가고 있었던 것입니다. 인간을 끊임없이 유혹하는 것 가운데 하나가 바로 권세에 대한 유혹입니다. 힘을 갖고 싶어 합니다. 약간의 힘만 가지게 되어도 인간은 쉽게 교만해진다는 것을 늘 잊지 말아야 합니다. 이제 그 교만한 왕에게 마지막 경고가 한 번 더 들립니다.

(31-32) 이 말이 아직도 나 왕의 입에 있을 때에 하늘에서 소리가 내려 이르되 느부갓네살 왕아 네게 말하노니 나라의 왕위가 네게서 떠났느니라 네가 사람에게서 쫓겨나서 들짐승과 함께 살면서 소처럼 풀을 먹을 것이요 이와 같이 일곱 때를 지내서 지극히 높으신 이가 사람의 나라를 다스리시며 자기의 뜻대로 그것을 누구에게든지 주시는 줄을 알기까지 이르리라 하더라

경고와 즉시 말씀이 이루어집니다. 결국 느부갓네살은 왕의 자리에서 추방됩니다. 누군가가 그 자리를 차지하게 되고 그는 쫓겨나서 짐승과 같은 삶을 살게 됩니다. 소처럼 풀을 먹고 들짐승과 함께 살면서 손톱과 머리카락이 길어져서 흉물스럽게 지내며 정신적으로 온전하지 못한, 말 그대로 짐승과 같은 삶을 살게 됩니다. 아무리 막강한 힘과 권력을 가졌다 해도, 자기만족과 성취 속에서 산다 해도, 하나님께서 함께 하시지 않으시면 삶의 모든 것들이 한 순간에 무너질 수 있음을 보여주고 있습니다.

긴 고통의 시간, 징계의 시간을 지나고 하나님의 은혜가 느부갓네살에게 다시 임합니다. 하나님의 주권으로 그가 다시 왕의 자리에 복귀하게 됩니다. 그리고 이 모든 것을 인하여 하나님을 찬양합니다.


느부갓네살왕의 하나님 찬양(34-37)

(34) 그 기한이 차매 나 느부갓네살이 하늘을 우러러 보았더니 내 총명이 다시 내게로 돌아온지라 이에 내가 지극히 높으신 이에게 감사하며 영생하시는 이를 찬양하고 경배하였나니 그 권세는 영원한 권세요 그 나라는 대대에 이르리로다

큰 대가를 치르고 나서 왕은 회복을 경험하게 됩니다. 그리고 하나님을 진실하게 찬양합니다. 그는 자신의 존재를 깨달았고 하나님의 영광을 체험했습니다. 그리고 지극히 높으신 이, 하나님께 감사하며 영생하시는 이를 찬양하고 경배하게 됩니다. 왕의 조서 곧 그의 간증의 고백은 이렇게 마무리 됩니다.

(37) 그러므로 지금 나 느부갓네살은 하늘의 왕을 찬양하며 칭송하며 경배하노니 그의 일이 다 진실하고 그의 행하심이 의로우시므로 교만하게 행하는 자를 그가 능히 낮추심이라

하나님은 온 세상의 주인이시며, 열방을 통치하시는 하나님이십니다. 세상 왕들까지도 세우시며 다스리시며 주관하십니다. 높이시기도 하시고 낮추시기도 하십니다. 우리 역시 삶의 작은 영역에서 하나님을 의지하며 겸손히 설 것인지 내 생각과 내 뜻대로 살아가려고 하는 교만에 설 것인지 선택해야 합니다. 선택의 결과는 늘 우리에게 주어집니다.

예수 그리스도 우리 주님은 겸손의 왕으로 이 땅에 오셨습니다. 자신을 비워 종의 형체를 가지고 사람들과 같이 되어 십자가에 죽으셨을 때, 하나님이 그를 지극히 높여 모든 이름 위에 뛰어난 이름을 주셨습니다. 예수님처럼 우리도 지극히 높으신 하나님 앞에 매 순간 겸손히 낮아지는 삶이 되어야 하겠습니다.

또한 우리 삶이 그리스도를 본받고 그분이 통치하는 삶이 될 때 우리는 우리의 이웃을 향해 움켜진 손을 펴서 필요한 것을 나눌 수 있게 될 것입니다. 나의 작은 섬김을 통해 누군가가 회복될 것을 기대하며 그 나라를 위해 함께 지어져가게 될 것입니다. 진리가 필요한 사람, 생명이 필요한 사람, 위로가 필요한 사람, 때로는 회개의 경고가 필요한 사람에게 기꺼이 우리의 손을 펴서 주님의 사랑과 하나님의 마음을 나눌 수 있는 오늘 한 날이 될 수 있기를 소망합니다.


기도
하나님 아버지, 오늘도 이 세상의 주관자이신 지극히 높으신 하나님의 말씀을 통해 우리 자신을 보게 해 주셔서 감사드립니다. 느부갓네살 왕이 자기를 신격화하며 힘과 권세로 억누르며 살아간 것처럼, 혹시 우리도 때로 하나님 없이 내가 내 인생의 주인 되어서 내 뜻대로 자기 성취와 만족을 누리며 살아가는 모습은 없는지 돌아보게 하여 주시옵소서. 내 손을 펴서 어려운 이웃들을 도와주고 섬길 수 있는 마음과 형편을 허락해 주시옵소서.
지금도 당신의 뜻대로 이 세상을 이끌어 가시며 주관하시는 하나님의 섭리를 믿음의 눈으로 바라보며, 현재 혹시 어려움 가운데 있다면 그 속에서 하나님의 뜻을 발견하게 하시고, 하나님의 사랑을 또한 체험할 수 있도록 도와 주시옵소서. 다니엘처럼 겸손히 하나님께 무릎 꿇고 순종하는 삶, 때로 담대히 진리를 선포하는 삶이 되게 하시며, 오늘 하루의 삶을 주님의 마음과 삶을 본받으며 함께 지어져가는 복된 날로 일구어가게 하옵소서. 예수님의 이름으로 기도 드립니다. 아멘.



묵상을 돕는 질문
1. 느부갓네살은 다니엘을 통한 하나님의 경고의 메시지에도 열두 달 동안이나 죄를 돌이키지 않았습니다. 나는 경고와 회개의 메시지를 들을 때 즉각 순종하고 있습니까?
2. 느부갓네살은 징계와 심판을 통해서 자신의 죄를 깨닫고 하나님을 찬양하는 삶으로 변하였습니다. 지난 인생 동안 징계를 통해 회개하였던 경험이 있었다면 다시금 떠올려보고 되새기는 시간을 가져봅니다.
3. 다니엘은 두려움의 존재일 수 있는 왕에게 하나님의 경고의 메시지를 담대히 전했습니다. 내 주변에 진리의 메시지를 담대히 전해야 할 사람은 누구입니까?
4. 지극히 높으신 전능하신 하나님이 자기의 뜻대로 이 세상과 나의 인생을 이끌어 가심을 인정하며, 주님 안에서 함께 지어져가기 위해 나의 손을 펴서 주어야 할 대상은 누구입니까?


(작성: 최정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