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욥기 13:1-28
찬송가 488장 ‘이 몸의 소망 무언가’



오늘 본문은 12-14장까지 이어지는 욥의 답변 중 가운데 부분입니다. 11장의 나아만 사람 소발의 말을 듣고 하는 답변이지만 좀 더 넓게 보면 세 사람의 첫 번째 물음들에 대한 종합적인 답변입니다.
욥은 10,000마리가 넘는 가축을 하루아침에 잃었습니다. 오늘날로 말씀드리면, 최고의 회사라고 해서 자신의 전 재산을 다 투자해서 주식을 샀는데, 그 다음날 그 회사가 부도가 난 것입니다. 그것만 해도 견디기가 쉽지 않은데, 그 날에 7남3녀인 자녀가 한 순간에 세상을 떠났습니다. 그제(2018. 3. 12) 신문에서, 터키 재벌 집안의 딸이 결혼을 앞두고 친구들과 함께 아랍에미레이트로 여행을 갔다가 돌아오는 길에 이란 중서부 지역에 추락하여, 자가용 비행기에 타고 있던 부호의 딸과 친구 7명, 승무원 3명 등 11명이 모두 사망했다는 기사를 읽었습니다. 그들은 저와 일면식도 없는 사람들이고, 이름도 알지 못하고, 그곳은 이곳과 수천km가 떨어져 있지만, 순간 멍한 생각이 들었습니다. 욥은 자신이 알지 못하는 사람의 자녀의 부음을 들은 것이 아니라, 어제까지 얼굴을 맞대던 자녀가 한꺼번에 죽었다는 소식을 들었습니다. 그의 마음의 무너짐이 어느 정도인지 사실 상상도 잘 되지 않습니다. 그것이 끝이 아니었습니다. 그의 몸에는 악성종양이 뒤덮어 발바닥부터 정수리까지 성한 곳이 없었습니다. 그래서 오늘 본문 28절이 이렇게 증거합니다.
나는 썩은 물건의 낡아짐 같으며 좀 먹은 의복 같으니이다

창고 속에 언제 두었는지도 모르는 물건을 발견하고 손으로 잡았는데 순식간에 바스러지는 것을 경험할 때가 있습니다. 또 습기가 있는 공간에 옷을 두었다가 잊고서 오랜 세월 후에 곰팡이가 가득한 상태로 발견할 때도 있습니다. 욥이 자신이 그렇게 여겨진다고 합니다. 이것만해도 사실 버티기가 힘듭니다. 요즈음 표현을 빌면, 우울증 위에 우울증이 또 덮치고, 그 위에 또 우울증이 덮친 상황입니다. 그런데 멀리서 친구라는 사람들이 와서는 이해해 주려 하지 않고, 자신들의 생각을 수용하라 강요하기만 합니다. 3명이 1명을 공격하는 것입니다. 친구들이 말이 자신에 어떻게 다가오는지를 욥은 이렇게 피력합니다. 4-5절이 이렇게 증거합니다.
너희는 거짓말을 지어내는 자요 다 쓸모없는 의원이니라 너희가 참으로 잠잠하면 그것이 너희의 지혜일 것이니라

이 말은 “당신들이 나에게 무슨 처방을 내리는 것처럼 말들을 하지만 그것은 다 돌팔이 의사가 하는 행동과 같으니 ‘아무 말 대 잔치’하지 마시고 가만히 있으십시오. 가만히 있으면 2등이라도 합니다.”는 의미입니다. 또 7절은 이렇게 증거합니다.
너희가 하나님을 위하여 불의를 말하려느냐 그를 위하여 속임을 말하려느냐

표준새번역으로 읽어보겠습니다.
너희는 왜 허튼 소리를 하느냐? 너희는 하나님을 위한다는 것을 빌미삼아 알맹이도 없는 말을 하느냐?

욥에게 친구들의 말은 ‘허튼 소리’, ‘알맹이도 없는 말’처럼 들립니다.

또 10절이 이렇게 증거합니다.
만일 너희가 몰래 낯을 따를진대 그가 반드시 책망하시리니

표준새번역으로 읽어보겠습니다.
거짓말로 나를 고발하면, 그분께서 너희의 속마음을 여지없이 폭로하실 것이다.

거짓말로 들린다고 합니다.
인생의 깊은 고난의 터널을 통과하고 있는 욥에게 친구들이 찾아와 상담이라고 하며 이런 저런 말들을 하는데, 실제로 욥에게는 거짓말처럼 들리고, 의사도 아닌 사람이 의사를 흉내 내며 하는 말처럼 들리고, 허튼 소리를 지껄여대는 것처럼 여겨지고, 아무런 알맹이도 없는 말을 마치 무슨 굉장한 의미가 있는 것처럼 말하는 것으로 여겨지기만 합니다.

고난을 당하는 사람에게 필요한 가장 기본적이고 중요한 태도는 로마서 12:15절입니다.
즐거워하는 자들과 함께 즐거워하고 우는 자들과 함께 울라

갑작스럽게 가족을 여의고 힘들어하는 사람에게, “아니, 이 곳보다 더 좋은 천국에 가 있는데 뭘 그렇게 슬퍼해? 천국을 믿는 거야 안 믿는 거야?”와 같은 말을 하시면 안 됩니다. 그것이 욥의 친구들이 취한 태도입니다. 가족을 잃고, 그래서 천국에 있을 가족을 소망한다고 하는 이야기는 유족이 조문객에게 하는 말이어야 합니다.
가족을 잃고 우는 사람에게는 같이 울어주는 것이 입에 바른 말 수백마디 하는 것보다 낫습니다. 무슨 이야기를 해 주어야 한다면, “나도 가족 중에 먼저 000를 보내고서 마음이 너무 힘들어서 밥을 한동안 먹지 못했어.”라고 해야 합니다.


욥에게 친구들의 말은 위로는커녕 비수처럼 날아와 마음에 상처만 내고 있습니다. 욥은 그것이 너무 괴로운 나머지 이렇게 외칩니다. 13절이 이렇게 증거합니다.
너희는 잠잠하고 나를 버려두어 말하게 하라 무슨 일이 닥치든지 내가 당하리라

“나 좀 내버려 둬. 내 일은 내가 책임지면 되잖아!”라고 욥이 비명을 지르는 것 같습니다. 욥의 친구들은 있는 그대로의 욥을 수용해 주지 않고, 자기들 속에서 만든 욥과 같이 되라고 강요하고 있습니다.
상대를 있는 그대로 이해하고 수용하려고 하지 않고, 내가 그리는 모습을 강요하면, 인격적으로 서로 깊어질 수 없습니다.
이런 일들은 결혼하고서 가정에서도 많이 일어납니다. 내 아내, 내 남편이 그의 본래의 모습이 어떠한지를 생각하지 않고, 내가 그리는 모습을 생각하며 그렇게 되라고 강요합니다. 그러나 그런 방법으로 배우자가 변화될 수 없습니다. 그러면 “당신은 왜 그 모양이냐?”고 말을 하면서 부부싸움이 시작됩니다.

이렇게 처절한 상황에 있던 욥은 2가지를 하나님께 기도드립니다. 20-21절입니다.
오직 내게 이 두 가지 일을 행하지 마옵소서 그리하시면 내가 주의 얼굴을 피하여 숨지 아니하오리니 곧 주의 손을 내게 대지 마시오며 주의 위엄으로 나를 두렵게 하지 마실 것이니이다

욥은 친구들의 정죄에 자신의 정당함과 무죄함을 주장하다가 갑자기 하나님께 기도를 드리는 것으로 태도를 변경합니다. 이런 태도 변화는 세상에 기댈 데라고는 아무 데도 없고, 바라볼 곳이 하나님 밖에 없으며, 자신의 상황과 처지를 이해해 주실 분도, 그리고 자신의 문제를 해결해 주실 수 있는 분도 하나님밖에 없다는 생각이 밀려왔기 때문으로 여겨집니다.

욥이 하나님께 구한 두 가지 일은 첫째는 자신을 치는 손을 거두어 달라고 하는 것이고, 둘째는 자신을 두렵게 하지 말아 달라 요청합니다. 욥의 이러한 요청은 자신이 지금 겪고 있는 것이 하나님이 섭리하심이나 하나님의 사랑하심 때문이 아니라 하나님께서 자신을 외면하신 결과라고 생각했기 때문이었습니다. 그래서 24절이 이렇게 말합니다.
주께서 어찌하여 얼굴을 가리시고 나를 주의 원수로 여기시나이까

‘얼굴을 가린다’는 것은 적대적인 관계를 표현할 때 쓰는 말입니다. 즉 욥은 하나님께서 자신에게 얼굴을 보여주시는 은총을 베풀지 아니하고, 적대적인 관계, 원수 대 원수의 관계에 있으려고 하신다는 것입니다.

오늘 본문은 이렇게 마무리가 됩니다. 26-28절입니다.
주께서 나를 대적하사 괴로운 일들을 기록하시며 내가 젊었을 때에 지은 죄를 내가 받게 하시오며 내 발을 차꼬에 채우시며 나의 모든 길을 살피사 내 발자취를 점검하시나이다 나는 썩은 물건의 낡아짐 같으며 좀 먹은 의복 같으니이다

욥은 하나님께서 자신에게 이런 고통을 주시는 것이 어렸을 때 철모르고 지은 죄와, 자신이 한 모든 일을 캐묻고 계시기 때문이라고 생각했습니다. 그리고 하나님께서 자신의 발에 차꼬를 채워 자유롭지 못하게 하실 뿐만 아니라, 발바닥 자국까지 다 조사하고 계신다고 여겼습니다. 그래서 자신은 썩고 낡은 물건처럼 쓸데없는 존재와 같고, 상한 의복처럼 무가치한 자가 된 것 같다고 탄식합니다. 욥의 친구들이 욥을 이해하지 못했던 것처럼, 욥도 하나님의 행하심을 아직 온전히 수용하지 못하고 있습니다.

우리는 사순절 넷째 주간을 보내고 있습니다.
욥은 자신의 고난과 고통이 극심함으로 인해서 자신이 썩고 낡아 금방이라도 부서지는 물건 같고, 다시는 입을 수 없을 정도로 망가진 옷과 같다고 고백했습니다. 그러나 그것은 욥이 자신의 상황이 고통스러워 내뱉은 말이지, 하나님께서 그를 내버리셨기 때문은 결코 아닙니다.

우리도 이해할 수 없는 고난과 고통을 겪을 수 있습니다. 그것 역시 하나님께서 우리를 버리셨기 때문이 아닙니다. 하나님께서 우리를 버리지 않으셨을 보여주는 결정적이고도 영원한 증거는 하나님께서 독생자 예수 그리스도를 보내어 주신 것이고, 그 예수님께서 우리를 위해 십자가에서 대신 죽어주신 것입니다. 그것보다 하나님의 사랑을 더 강력하게 증거하는 것은 없습니다.

주님이 그런 분이시라면, 빵 다섯 개와 물고기 두 마리와 같은 우리 자신을 온전히 주님께 올려드리는 것이 믿는 자의 출발과 과정과 마침입니다. 우리가 주님의 손 안에서 우리에게 주어진 삶을 신실하게 살아갈 때에, 주님께서 마음과 정성을 다하여 심어주신 삶의 자리에 성령과 생명의 열매를 맺히게 될 것입니다. 오늘도 이런 은총 가운데 살아가시는 한 날이 되시기를 축복합니다.

기 도
하나님 아버지!
고난과 고통의 과정을 통과하는 사람에게 어설픈 조언을 던지기보다 함께 울어주고, 함께 미소 지어주는 사람이 되게 해 주십시오.
우리의 생각이나 신념, 삶의 방식이 모든 사람에게 동일하게 적용될 것이라는 어리석음에서 벗어나게 해 주십시오.
혹 우리가 고난과 고통의 과정을 겪을 때에, 세상을 원망하고 하나님을 향해 불평하기보다, 우리를 영원히 살리시기 위해서 아들을 이 땅에 보내신 하나님의 사랑을 기억하게 하시고, 우리로 하여금 영원에 잇댄 삶을 살게해 주시기 위해서 십자가에서 피를 흘려주신 주님의 은혜를 잊지 않게 해 주시옵소서.

무엇보다도 빵 다섯 개와 물고기 두 마리에 불과한 우리가 가진 모든 것과 우리 자신을 주님께 온전히 올려드리게 하여 주시옵소서. 그리하여 주님의 역사의 손이 되고 통로가 되는 은총을 평생 누리게 하여 주시옵소서.
오늘도 주님께서 마음과 정성을 다하여 심어주신 곳에서 빵 다섯 개와 물고기 두 마리로도 일하시는 주님으로 인해서 주님의 신비한 역사를 경험하는 한 날이 되게 하여 주시옵소서. 예수님의 이름으로 기도드립니다. 아-멘.



묵상을 돕는 질문
1. 오늘 본문의 말씀을 찬찬히 다시 읽고 그 내용을 정리해 보십시오.
2. 욥에게 친구들의 말은 거짓말, 허튼 소리, 알맹이도 없는 말처럼 들렸습니다. 당신이 어려울 때에 들었던 말 중에서 가장 고마웠던 말은 무엇이었습니까? 또 고난 가운데 있은 사람이 당신에게 가장 고마워했던 말은 무엇이었습니까?
3. 욥은 몹시 힘든 자신의 상황이 ‘썩은 물건’과 같고, ‘좀 먹은 의복’ 같다고 고백했습니다. 당신의 삶에 이와 비슷한 느낌이 들었을 때는 언제였습니까? 그 때에 어떻게 이겨내셨습니까?
4. 썩은 물건과 같고 좀 먹은 의복 같은 인생처럼 여겨질 지라도 주님의 손 안에서 새로워 질 수 있습니다. 주님께서 마음과 정성을 다하여 심으신 삶의 자리에서 주님의 손 안에 있는 빵 다섯 개와 물고기 두 마리처럼 살아가기 위해서 무엇을 결단하시겠습니까?


(작성 : 정한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