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시편 25:1-22
찬송가 375장 ‘나는 갈 길 모르니’


신앙고백 전에 드리는 3중 간구(1-7절)
오늘 본문에는 표제어가 <다윗의 시>라고만 되어 있습니다. 그래서 이 시편이 어떤 상황이나 배경 속에서 지어졌는지 확인할 수 없습니다. 그리고 어떤 곡조를 따라서 연주하거나 어떤 악기를 가지고 연주하라는 말도 없습니다. 그래서 이 시편은 다윗이 어떤 특정한 일을 겪어서 그 때의 상황을 하나님께 시로 올려드린 기도라기보다 자신의 인생을 되돌아보며, 지난 시절에 겪었던 반대자들이나 대적자들의 박해를 기억했고, 또 자신의 죄를 고백하며 용서를 구하는 것으로 여겨집니다. 따라서 이 시편은 다윗이 왕으로서가 아니라 인간으로서 자신의 인생을 돌아보며 지은 시입니다. 그리고 150개의 시편 중에서, 각 절이 히브어 알파벳 순서로 시작되는 ‘알파벳 시편’ 또는 ‘답관체 시편’이 모두 8편이 있는데, 오늘 본문 25편이 9-10편에 이은 2번째 시편입니다.

1-7절에는 신앙고백 전에 드리는 세 간구에 대해서 말하고 있는데, 첫 번째 간구를 1-3절이 이렇게 증거합니다.
여호와여 나의 영혼이 주를 우러러보나이다 나의 하나님이여 내가 주께 의지하였사오니 나를 부끄럽지 않게 하시고 나의 원수들이 나를 이겨 개가를 부르지 못하게 하소서 주를 바라는 자들은 수치를 당하지 아니하려니와 까닭 없이 속이는 자들은 수치를 당하리이다

다윗은 하나님을 우러러보는 자신을 부끄럽지 않게 해 달라 간구합니다.
우리 성경에는 ‘여호와여 나의 영혼이...’로 시작되지만 히브리어 성경에는 “우러러보나이다”가 가장 먼저 나오는 단어입니다. 다윗의 마음이 그만큼 간절했다는 의미입니다. ‘나를 부끄럽지 않게 하시고’는 자신에게 부끄러웠던 때가 있었다는 의미일 것입니다. 이전에 그런 부끄러웠던 기억이 전혀 없었다면 드릴 수 있는 기도가 아닙니다. 또한 “원수들이 나를 이겨 개가를 부르지 못하게 하소서”라는 말도 다윗은 대적들에게 처절하게 패배를 당했고, 대적자들은 대승을 했다며 축하연을 벌이는 것과 같은 때가 있었음을 의미합니다. 그래서 다윗은 인생에서 부끄러움을 당하지 않고, 대적자들에게 짓눌려 수치를 당하지 않는 최고, 최상의 삶은 주님을 바라보는 것이라고 합니다.
우리의 인생을 돌아보아도 동일합니다. 혹 인생길에서 수치를 당하거나 패배하는 삶을 살게 되어 후회가 밀물처럼 밀려온다면, 그 후회의 가장 깊은 바닥에는 주님을 바라보지 않고, 세상이나 다른 사람을 바라보았거나, 자기 자신을 바라보았기 때문일 것입니다. 그래서 살아갈수록 주님을 바라보는 삶보다 더 복된 것은 없다는 것을 알게 됩니다.

신앙고백 전에 드리는 두 번째 간구를 4-5절이 이렇게 증거합니다.
여호와여 주의 도를 내게 보이시고 주의 길을 내게 가르치소서 주의 진리로 나를 지도하시고 교훈하소서 주는 내 구원의 하나님이시니 내가 종일 주를 기다리나이다

다윗은 주의 도를 보이시고 길을 가르쳐 주시기를 간구합니다.
‘주의 도’와 ‘주의 길’은 같은 뜻을 나타내는 한자어와 우리말이지만, ‘도(道)’가 ‘넓은 길’이라면, ‘길’은 ‘좁은 길’입니다. 또한 ‘도’가 인생의 전체 길이라고 한다면, 길은 매일 매일 걷는 걸음과도 같습니다. 또한 ‘도’가 인생길의 전체적인 계획과 전략이라면, ‘길’은 매일의 실천과 전술과도 같습니다. 시편 119:105에, “주의 말씀은 내 발에 등이요 내 길에 빛이니이다”라는 말씀이 있는데, ‘주의 도’가 ‘내 길에 빛’이라고 한다면, ‘주의 길’은 ‘내 발의 등’과도 같습니다. 주의 길과 주의 도가 함께 있어야 매일의 삶을 신실하고도 성실하게 살아갈 수 있고, 인생 전체의 방향도 휘어지지 않고, 주님을 향해 똑바로 걸어갈 수 있습니다.

신앙고백 전에 드리는 세 번째 간구를 6-7절이 이렇게 증거합니다.
여호와여 주의 긍휼하심과 인자하심이 영원부터 있었사오니 주여 이것들을 기억하옵소서 여호와여 내 젊은 시절의 죄와 허물을 기억하지 마시고 주의 인자하심을 따라 주께서 나를 기억하시되 주의 선하심으로 하옵소서

다윗은 주의 인자하심으로 자신을 기억해 주시기를 간구합니다. 반면에 젊은 시절의 죄와 허물은 기억하지 말아 주실 것을 간구합니다.
다윗이 젊은 시절을 언급하는 것은 지금은 나이가 들었다는 의미일 것입니다. 성경에 나타나 있는 다윗의 눈에 띄는 큰 죄는 2가지입니다. 밧세바 사건과 하나님보다 군사력을 더 의지하려고 했던 인구조사 사건입니다. 그러나 그것들은 인생의 후반부에 있었던 일입니다. 밧세바 사건은 49세 가량 때의 일이고, 인구조사는 죽기 3년 전인 67세 정도 때의 일입니다. 젊었을 때의 가장 큰 실수는 사울의 추격을 피해 다니다가 아말렉 가드의 아기스를 찾아간 일로 생각됩니다. 그 외에는 성경에 기록된 허물이 거의 없습니다. 그럼에도 ‘내 젊은 시절의 죄와 허물’에서 ‘죄’와 ‘허물’이 모두 복수로 되어 있습니다. 다윗이 자신의 인생을 돌아보니, 사람들은 잘 몰라도 하나님 앞에서 지은 죄와 미끄러진 허물이 정말 많다고 생각했기 때문이었습니다.
젊은 시절의 가장 큰 장점 가운데 하나는 ‘가능성’입니다. 나이가 든 사람보다 훨씬 더 큽니다. 물론 선해질 가능성도 크고, 악해질 가능성도 큽니다. 반면에 젊은 시절의 가장 큰 약점은 경험부족에서 오는 ‘미숙함’입니다. 그래서 실수가 많습니다.
우리 각자의 삶을 돌아보아도 동일하지 않습니까? 우리에게도 젊은 시절에 미숙함이 있었습니다. 그것을 하나님께서 기억하지 말아주시기를 바라는 것은 다윗의 기도만이 아니라 우리의 기도이기도 합니다. 그래서 늘 주님의 말씀에 매여 순종하는 삶이 가장 바른 삶일 뿐만 아니라 가장 가치 있는 삶입니다.

선하심과 인자하심에 대한 신앙고백(8-15절)
다윗은 하나님을 향해 이렇게 고백합니다. 8절입니다.
여호와는 선하시고 정직하시니 그러므로 그의 도로 죄인들을 교훈하시리로다

하나님은 선하고 정직하시다고 고백합니다. ‘선하다’는 ‘좋다, 후하다’의 뜻이고, ‘정직하다’는 ‘바르다’는 뜻입니다. 하나님이 좋고 후하시기만 하시다면, 우리는 응석배기가 될 가능성이 많습니다. 또한 하나님이 바르기만 하신 분이시라면, 하나님은 가까이 하기가 한없이 어려운 분으로만 여겨질 것입니다. 그러나 하나님은 좋으시고, 바르신 분이십니다. 그래서 우리가 하나님을 가까하면 할수록 우리는 날로 새로워질 것입니다. 그래서 8절, 9절, 12절에 에 반복해서 ‘가르치다(교훈하다)’는 말이 나옵니다. 하나님께서는 언제나 말씀을 통해서 우리를 일깨워주시는 분이십니다. 그것이 사실인 것은 우리가 하나님을 가까이 하기만 하면 반드시 확인하게 됩니다.

그래서 하나님을 가까이 하는 사람들에게 어떤 복이 있는지를 14-15절이 이렇게 증거합니다.
여호와의 친밀하심이 그를 경외하는 자들에게 있음이여 그의 언약을 그들에게 보이시리로다 내 눈이 항상 여호와를 바라봄은 내 발을 그물에서 벗어나게 하실 것임이로다

‘친밀함’은 ‘대화하다’, ‘친밀한 교제를 나누다’의 뜻입니다. 특히 ‘한 가족이 식탁에서 나누는 대화’를 뜻합니다. 바른 가족 간의 대화에는 두 가지의 큰 특징이 있습니다. 첫째는 친밀함입니다. 업무관계나 친구들과 함께 식사를 할 때가 있습니다. 그 때도 대화를 나누며 함게 웃을 수 있지만, 그 때는 상대를 웃게 만들기 위해서 이야기를 만들어야 할 때도 있고, 또 우습지 않은 이야기에도 웃어주어야 할 때도 있습니다. 하지만 가족들은 다릅니다. 아주 작은 일에도 함께 웃습니다. 상대를 웃게 만들기 위해서 연습하지 않아도 됩니다. 둘째로 가족들 사이에는 가족들만 아는 내용으로 비밀스러움도 있습니다. 즉 가족들만이 공유하는 이야기가 있습니다. 가족들에게는 자신이 가지고 있는 연약함을 말하고 도움을 요청할 수도 있습니다. 그것이 더욱 가족을 가족 되게 만들어주고, 깊은 유대감을 만들어 줍니다. 밖에는 누릴 수 없는 것들입니다.

가족들 간에만 누릴 수 있는 관계를 하나님과도 누릴 수 있는데, 그것이 가능한 사람은 하나님을 경외하는 사람_하나님을 하나님으로 존중하는 사람들이 누릴 수 있습니다. 하나님을 하나님으로 존중하는 사람이 하나님을 아버지로 여기게 되고, 자신은 하나님의 자녀가 됨을 알기 때문입니다. 그 하나님과의 비밀이 많아지면 자신의 신앙이 깊어집니다.

신앙고백 후에 드리는 7중 간구(16-22절)
다윗이 하나님은 선하시고 정직하신 분이심을, 그 하나님을 경외하는 사람에게 친밀함을 보여주시는 분이심을 고백하고서, 16-22절까지, 7절에서 각 절마다 간구를 드립니다.
16절에서는 은혜를 베푸시기를, 17절에서는 고난에서 끌어내어 주시기를, 18절에서는 모든 죄를 용서해 주시기를, 19절에서는 원수들이 자신을 많이 미워하니 지켜봐주시기를, 20절에서는 수치를 당하지 않게 하기를, 21절에서는 성실과 정직으로 자신을 보호해 주시기를, 22절에서는 환난에서 속량해 주시기를 간구합니다.

그 중에서 16-18절이 이렇게 증거합니다.
주여 나는 외롭고 괴로우니 내게 돌이키사 나에게 은혜를 베푸소서 내 마음의 근심이 많사오니 나를 고난에서 끌어내소서 나의 곤고와 환난을 보시고 내 모든 죄를 사하소서

다윗은 자신의 실상을 바라보며 ‘돌이켜 주셔서 은혜를 베푸시기를’ 간구하고 있습니다. 사람들은 하나님이 없이도 충분히 잘 살 수 있다고 자신하며 하나님께 등을 돌린 채 살다가, 하나님의 없이는 도저히 살 수 없는 지경에 이르렀을 때에 이 고백을 합니다. 즉 등은 자신이 돌렸는데, 시간이 지나고 나면 하나님께서 등을 돌리고 계신 것처럼 느껴집니다. 그래서 돌이켜 주시기를 간구합니다. 그러나 다시 하나님을 향해 살다 보면, 하나님은 여전히 그 자리에 계시고, 자신이 하나님을 외면하며 살았던 것을 깨닫게 됩니다. 또 ‘마음에 근심이 많다’는 것은 외적인 짓눌림으로 인해서 마음에 있는 길이 좁아졌다는 의미입니다. 즉 자신의 마음의 길이 본래는 왕복 8차선 고속도로와 같았었는데, 마음의 길가에 쌓이는 짐으로 인해서 지금은 골목길과 같다는 것입니다. 그렇게 된 이유를 다윗은 자신이 당하는 곤고와 환난이 자신의 죄와 상관있음을 고백하며 죄를 사해 주시기를 구합니다. 그래야 대적자들로 조롱과 수치를 당하지 않기 때문입니다. 그리고 이렇게 되기를 간구합니다. 21절입니다.
내가 주를 바라오니 성실과 정직으로 나를 보호하소서

이 말씀은 하나님께서 하나님의 성실과 정직으로 자신을 보호해주시기를 바란다기 보다는 자신의 인생이 성실의 길과 정직의 길로 가도록 자신을 보호해 달라는 의미입니다. 그래서 새번역성경은 이렇게 표현합니다. “완전하고 올바르게 살아가도록 지켜 주십시오. 주님, 나는 주님만 기다립니다.”
이러한 간구를 드린 다윗은 자신의 간구대로 한 평생 성실과 정직으로 살았습니다. 그것이 다윗과 우리의 다른 점입니다.
일천번제를 드린 솔로몬왕에게 하나님께서 무엇을 줄까라고 말씀하셨을 때에, 솔로몬이 떠올렸던 것은 아버지 다윗의 삶과 신앙이었습니다. 그 때에 솔로몬이 “주의 종 내 아버지 다윗이 성실과 공의와 정직한 마음으로 주와 함께 주 앞에서 행하므로 주께서 그에게 큰 은혜를 베푸셨고(왕상 3:6)”라고 말했었습니다. 아들 솔로몬이 보기에도 아버지 다윗은 성실과 정직으로 살았던 것입니다.

오늘 본문은 이렇게 마무리를 짓습니다. 22절이 이렇게 증거합니다.
하나님이여 이스라엘을 그 모든 환난에서 속량하소서

1-21절의 모든 간구는 다윗 자신에게만 해당하는 것이 아니라, 이스라엘 백성들 모두에게도 동일하게 적용된다는 의미입니다. 그래서 이 시편이 다윗만의 고백이 아니라 이스라엘 전체의 고백이 되었고, 그것이 하나님을 찬양하는 노래가 되었습니다.

오늘의 말씀을 한마디로 다시 정리를 하면, 하나님께 메여 있는 것보다 더 복된 인생은 없다는 것입니다. 하나님께 매여 있는 것은 나를 불편하게 하는 것이 아니라 그 매임이 나를 보호하는 최고의 은총이 됩니다. 오늘 하루도 하나님께서 마음과 정성을 다하여 심어주신 가정과 일터와 삶의 자리에서 하나님께 매임으로, 그 매임을 통해서 주님의 보호와 자유를 누리는 복된 날이 되시기를 축복합니다.


기 도
하나님 아버지!
우리도 다윗의 고백처럼 주님을 의지하지 않고, 나를 신뢰하려고 했을 때는 패배하는 삶을 살 수밖에 없었고, 다시 생각하고 싶지 않는 순간들도 적지 않았습니다. 또한 우리가 지금보다 훨씬 어렸을 때에는 우리의 미숙함과 어리석음으로 인해서 넘어질 때가 허다했음도 고백합니다. 바라옵나니, 우리의 죄와 허물을 기억하지 마시고 주님의 인자하심을 따라 우리를 기억해 주시기를 원합니다.

바라옵나니, 우리가 늘 하나님을 경외하는 삶을 살아, 하나님과 친밀하게 하여 주시옵소서. 건강한 가족들의 밥상 교제처럼, 우리와 하나님과의 관계가 그러하게 하여 주시옵소서. 또한 우리가 한평생 성실과 정직한 길로 나아가도록 보호하여 주시옵소서.

그러한 한 삶을 잘 살아낼 수 있도록 오늘도 하나님께서 마음과 정성을 다하여 우리를 심어 주신 삶의 자리에서 하나님께 매인 인생을 살아가게 하여 주시옵소서. 혹 우리에게 크고 작은 불편함이 있다면, 그것이 바로 우리를 하나님께 매어 놓은 은총의 매듭인 것을 기억하여, 하나님께서 베푸시는 은총의 한 날을 살아가게 하여 주옵소서. 예수님의 이름으로 기도드립니다. 아-멘.



묵상을 돕는 질문
1. “나를 부끄럽지 않게 하시고, 나의 원수들이 나를 이겨 개가를 부르지 못하게 하소서”와 같은 기도를 드린 적이 있습니까? 있다면 언제이었습니까? 그리고 그 때를 어떻게 넘어오셨습니까?
2. 지난 나의 삶 가운데 하나님께서 잊어주셨으면 좋겠다고 생각하는 부분은 무엇입니까? 그리고 하나님께 기억해 주셨으면 좋겠다고 생각하는 부분은 무엇입니까?
3. 다윗은 자신이 성실함과 정직함으로 살아갈 수 있기를 기도드렸고 그런 삶을 살았습니다. 당신이 소중하게 생각하는 신앙의 덕목은 무엇입니까?
4. 오늘도 하나님께서 마음과 정성을 다하여 심어 주신 삶의 자리에서 하나님께 매여 사는 삶을 살기 위해서 무엇을 결단하시겠습니까?


(작성 : 정한조)